한샘(009240)이 지난해 2002년 상장 이래 첫 적자를 낸 가운데,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 등 전 경영진들이 퇴직금을 포함해 총 10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겨갔다.
조 전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은 작년초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1조4513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다.
15일 한샘이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퇴진한 전임 경영진들이 받은 보수는 총 105억74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 IMM PE의 지분 인수 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난 조 전 명예회장은 지난해 총 33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퇴직금은 32억8600만원, 급여가 800만원이었다.
조 전 명예회장과 함께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강승수 전 회장은 26억7600만원, 안흥국 사장은 16억3500만원의 보수를 한샘으로부터 챙겼다. 다른 경영진들보다 늦은 7월말 사내이사에서 퇴진한 이영식 부회장은 29억7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들 전임 경영진들은 회사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 고문 직위로 남아있다.
이들이 한샘을 떠난 시기는 작년인데, 이들이 떠난 후 한샘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지난해 한샘은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상장 이래 첫 적자였다. 매분기마다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를 밑돌면서 4개 분기 연속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냈다.
한샘 주가는 주택 시장 경기와 연동되는 성격이 강하다. 사람들이 이사를 해야 가구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기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도 하락했다.
현재 한샘 주가는 5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IMM PE에 조 전 명예회장이 지분을 넘겼던 지난해초와 비교해 반토막에 불과하다. 게다가 당시 조 전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주당 22만1000원에 IMM PE에 지분 지분 27.7%를 넘겼다. 현재 주가의 4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정말 잘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대주주 일가는 약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았지만, 당시 대주주 변동리스크 등으로 한샘 주가는 주당 8만원대로 하락해 소액주주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샘 주가가 더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볼멘 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이달 초 한샘 대주주인 IMM PE는 주당 5만5000원에 한샘 주식을 181만주(7.7%) 매입하겠다는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격은 공시 전날 주가 대비 22.6% 높아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앞서 조 전 회장에게 주당 22만원을 쳐주고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에 불만이 있는 소액 주주들이 많다.
한샘 관계자는 "전 경영진의 퇴직금과 지난해 실적은 관계가 없다"면서 "올해 한샘은 가구·인테리어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전환, 리모델링 무한책임제 등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