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인은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O)Q. 한국인은 프랑스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O)Q. 한국인은 진한 프랑스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
사랑받는 와인에는 그 비결이 있다.
한국에서 단시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와인들을 보면 유명인 이름과 맞닿는다. 대표적인 예가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가 만드는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다.
로마네 콩티는 수십년 동안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국내 최고가 와인 선물세트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프랑스 와인이다. 매년 450상자(5400병) 정도만 소량 생산하고, 국내에는 이 가운데 수십병 정도만 들어와 와인 수집가들 사이에서 “사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와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세를 포함해 2017년산이 올해 8월에 7900만원에 팔렸다.
이 희귀함과 비싼 몸값 덕에 로마네 콩티에는 ‘병에 담긴 로비스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명박 전(前)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당선 직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벌어진 축하연에서 로마네 콩티를 마셨다. 지난해 국내 굴지의 재벌가 가족 A씨도 로마네 콩티 형제격 와인 ‘로마네 생비방’을 회원제 와인바에서 즐겨 눈길을 끌었다.
15일 영국 프리미엄 와인 거래소 ‘리벡스(LIV-EX)’가 최근 국가별 검색 횟수를 바탕으로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인기 와인 순위를 보면 국내에서 로마네 콩티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리벡스는 전 세계 주요 44개국에 걸쳐 580여개 글로벌 와인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사들이는 와인 가격 추이와 물량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이들이 집계하는 리벡스 지수는 글로벌 와인시장에서 프리미엄 와인 인기도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다.
올해 리벡스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인들의 로마네 콩티 사랑은 경기(景氣)와 상관이 없었다. 초고가 와인임에도 상위 10개 와인 가운데 1위, 5위, 6위가 모두 로마네 콩티에서 만든 와인이 차지했다.
이들 와인은 모두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형제격 와인이다. 같은 와이너리에서 같은 생산자가 만들고, 겉에도 비슷한 표지를 붙이고 있지만, 포도를 수확한 밭이 다르다.
6위를 차지한 로마네 콩티가 가장 비싸고 생산량도 적다. 수입사 신동와인 설명에 따르면 “모든 부르고뉴 와인의 정점에 있는 와인”으로 “정교하고 섬세하며 고혹적인 타닌을 가진 와인”이다.
이 와인은 국제 와인시장에서 750mL(밀리리터) 한 병당 약 3600만원(2만7000달러)에 거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값에 주류에 붙는 세금과 운송비, 오른 환율까지 감안해 보통 병당 7000만원대에 팔린다.
반면 1위였던 ‘그랑 에세죠’는 “고도의 집중도와 강건한 타닌이 느껴지는 와인”으로 “모든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서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한 와인”이다. 가격은 4500달러(약 600만원) 수준으로 로마네 콩티 대비 6분의 1 정도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들 와인이 ‘고고한 귀족의 풍모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진하고 직선적인 느낌보다, 부드럽고 하늘하늘하며 우아한 느낌을 강조했다는 뜻이다.
순위 안에 든 다른 와인들도 이와 비슷한 성향을 띈 와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2위, 4위, 10위를 차지한 와인이 모두 로마네 콩티와 같은 부르고뉴 지역 와인이었다.
리벡스 관계자는 “10위 안에 든 와인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에 해당하는 샴페인 2종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프랑스 레드 와인”이라며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선이 굵은(bold) 보르도 와인이 강세를 보인 반면 유난히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여린 부르고뉴 지방 와인 선호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범위를 넓혀 아시아 국가 전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와인을 살펴보면 로마네 콩티에서 만든 와인은 10위권 안에서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리벡스 순위를 보면 아시아 전역에서 1위를 차지한 와인은 중국인의 든든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 프랑스 보르도 지역 샤토 라피트 로칠드다. 이 와인은 중국에서 다른 유수의 보르도 와인을 앞지르고 우리나라에서 로마네 콩티가 그랬듯 최고 인기 와인자리를 일찍부터 꿰찼다.
영국 와인전문지 디캔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세계 와인 시장 핵으로 떠오르는 중국 와인 시장에서 인기 와인이 되려면 의심할 여부가 없는 압도적인 품질은 기본이고, 그 다음으로 ‘이름’이 중요하다”며 ‘‘라피트라는 발음이 유독 중국인들 귀에 쉽고 경쾌하게 들리기 때문에 수년째 중국 내 인기와인 순위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