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버터 맥주'에 행정 처분을 내리면서 표기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커피 전문점들이 우유(牛乳)가 들어가지 않은 귀리 음료를 '오트 밀크(milk·우유)'로 안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가 14일 스타벅스, 커피빈, 폴바셋, 이디야커피, SPC 베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서울 시내 대형 커피 전문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절반은 '오트 밀크'로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있었다.
'우유(牛乳)'는 소의 젖으로 만든 백색 액체이기 때문에 귀리 음료의 원료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트 밀크라고 쓴 것이다.
식약처가 지난해 초 관련 업계의 질의를 받아 귀리 음료를 우유가 들어간 것으로 혼동할 수 있는 표현인 오트 밀크 대신 '음료'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지만 커피 전문점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최근 귀리 음료는 카페에서 우유 대신 마시기 좋은 대체 음료로 각광받고 있다. 유당불내증으로 우유 소화에 어려움을 겪거나, 채식 식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기존의 아몬드, 콩으로 만든 대체 우유보다 더 고소해 커피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오트 밀크라는 표현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귀리 음료를 유당불내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찾는 소비자들도 있는 만큼, 이를 원재료로 커피를 만드는 커피 전문점에서 '우유'가 아닌 '음료'로 정확하게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대한 법률 8조는 원재료의 이름을 제품명에 사용하려면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에 사용해야 하고, 최종 제품에 남아있어야 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절반 이상의 커피 전문점들은 오트 밀크로 귀리 음료를 소개하고 있었다.
업계 1위 스타벅스는 매장 내 메뉴판, 회사 홈페이지, 언론 홍보 자료 등에서도 '오트 밀크'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한다.
스타벅스는 매장 메뉴판에 '우유 선택 가능'으로 안내하고 선택지로 귀리 음료라는 표현 대신 오트 밀크(oat milk)를 적어놓았다. 지난해 9월 오트 밀크라는 표현으로 소비자들에게 관련 제품의 출시를 홍보했다.
스타벅스는 취재가 시작된 후 공식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전부 '오트'로 교체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썼다"며 "혼동이 없도록 개선하고 표현을 전부 바꾸겠다"고 말했다.
베스킨라빈스도 스타벅스처럼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우유를 변경하는 옵션에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썼다. 베스킨라빈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콜드브루 오트라떼' 메뉴를 소개하는 글에 '콜드브루 커피와 오트 밀크(귀리우유)가 어우러진'이라고 소개했다.
커피빈도 지난해 6월, 11월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오트 밀크가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현재도 공식 홈페이지에 '오트 라떼' 메뉴들을 소개하는 란에 '프리미엄 바닐라빈 소스와 크리미하고 진한 오트 밀크, 에스프레소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라떼'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원칙적으로 '오트 음료'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부 지점에서 매장 내에 '우유를 활용한 모든 음료는 오트 밀크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종이를 붙여 안내하고 있었다. 투썸플레이스도 오트 음료라고 안내했다.
폴바셋은 일부 이벤트 홈페이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유 선택 란에 '오트'라고만 써놓았다. 매일유업(267980) 관계자는 "소비자이해를 돕기 위해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썼다"며 "앞으로는 귀리 음료라고 명확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일유업은 오트 밀크로 안내했던 일부 홈페이지 안내를 '오트 음료(귀리 음료)'로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수제맥주 제조사 부루구루의 블랑제리뵈르에 1개월 제조정지를 사전 통보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 이름에 프랑스어로 버터를 의미하는 뵈르라는 단어를 사용해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어로 버터라고 표시한 맥주에 제조 정지를 통보한 식약처는 이미 귀리 음료에 대한 해석은 작년 초 정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초 오트 밀크라는 표현에 대해 검토해본 결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데 밀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오트 음료(드링크)'라는 표현으로 통일하는 방향으로 결론지었다"며 "미국과 호주는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스웨덴, 싱가포르, 중국은 한국처럼 '밀크' 대신 음료라고 표시해 판매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 이후 귀리 음료 제조사들은 제품에 밀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생산한 오틀리, 오트사이드, 어메이징오트 등 오트 음료 제품에는 그래서 포장지에 '오트 드링크'라고 적혀서 판매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커피 전문점만 소비자들에게 잘못 안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 관계자는 "귀리 우유 제품 자체를 광고할 때는 오트 밀크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지만, 커피 전문점들이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보인다"며 "특정 제품에 대해 당장 결론 내기는 어렵고 전문가 자문,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