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이달 말 열릴 KT&G(033780)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KT&G가 PMI(필립모리스)와 지난 1월 체결한 15년간의 장기 수출 위탁 계약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내용증명을 회사 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조선비즈는 FCP가 지난 8일 KT&G 이사회와 개별 이사들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을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상법으로 보장된 소수주주권에 따라 PMI와의 15년 초 장기 수출 계약 관련 서류,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등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KT&G 사옥./뉴스1

이번 내용증명 발송으로 이달 말 열릴 KT&G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박빙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30일,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인 ‘릴’의 해외 유통을 경쟁사인 PMI를 통해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5년간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까지 KT&G는 전자담배를 PMI에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 판매할 수 있다.

FCP는 내용 증명을 통해 “PMI와의 1월 30일자 계약 체결 관련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등사 청구를 통해 PMI와의 계약 연장이 이사회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FCP는 또 “KT&G는 PMI 계약에 관한 주주로서의 적법한 주주권 행사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15년 초 장기 계약 체결 전에도 KT&G는 지난 2020년부터 PMI에 해외 유통을 맡겨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FCP는 ‘경쟁사에 제품 유통을 맡기는 것이 회사의 최선의 이익이 맞는가’라는 취지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청구권을 행사했다.

상법으로 보장된 소수주주권에 따른 청구였지만, KT&G는 올해 1월 영업 기밀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KT&G는 PMI와의 15년 계약 연장을 결정했다.

FCP가 함께 열람을 요청한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의 성과급 산정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도 개인 사생활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주주가 PMI와의 계약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할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15년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체결하고 주주에게 통보했다”며 “이를 승인한 이사회 의사록과 계약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KT&G 관계자는 “해외진출 2년 여만에 전자담배 ‘릴’을 글로벌 30개국 이상에 진출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며 “독자 진출시 막대한 비용·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유통, 마케팅 규제 대응 인프라를 보유한 PMI와의 협업을 통해 평균 입점율 약 50%를 달성하는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