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인도어(실내)·스크린 골프 연습장 쇼골프 도봉점. 지난달 문을 연 이곳에는 미국 플라이트스코프에서 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해 제작하고 출시한 '미보 레인지'가 인도어 타석에 8기, 실내 타석에 8기 설치돼 있었다.
미보 레인지는 실내·외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론치 모니터다. 론치 모니터란 볼 비행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측정 장비다.
대부분 인도어 연습장에는 론치 모니터가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 그 때문에 방금 자신이 골프 클럽을 어떻게 휘둘렀는지, 무엇을 잘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등을 알기는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정교한 스윙 분석을 위해서는 인도어를 대신 트랙맨과 같은 제품이 설치된 고가의 골프 스튜디오나, 스윙을 촬영한 영상을 돌려 볼 수 있는 스크린 연습장에 가야 했다. 하지만 두 장소 다 공이 멀리 어떻게 뻗어나가는지는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날 미보 레인지를 이용해 인도어 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해보고, 간단한 골프 교습을 받아봤다. 가장 큰 장점은 친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인도어의 특성과 스윙 데이터를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스크린의 특성이 종합됐다는 점이었다.
미보 레인지는 군사용 레이더 기술과 카메라 촬영 기술을 결합한 제품이다. 군사용 발사체를 추적하던 레이더로 클럽 스피드를 추적하고, 임팩트 구간에서 카메라로 추적한다. 타석에 선 이용자의 오른쪽에 미보 레인지가 놓여있고, 정면에 모니터가 있다.
이 모니터로 가상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방금 친 공이 어떻게 뻗어나갔는지를 비롯해 27가지의 스윙 분석 데이터를 봤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초보자 입장에서 사전 교육 없이 미보 레인지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것저것 눌러가며 시스템을 둘러봐도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었다. '혼자서 연습할 때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프로로부터 교습을 받은 후엔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날 교습을 진행한 김재형 쇼골프아카데미 프로는 20분간 교습을 하면서 이 장비를 활용했다.
가령 스매시 팩터(정타율·1.5점 만점)와 클럽 스피드를 곱해서 나오는 볼 스피드 데이터를 활용해 연습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1.5점 만점인 스매시 팩터가 1 초반이면, 낮으면 정타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으로 해석해 공을 골프 클럽에 제대로 맞추는 연습에 집중해야 한다. 기자의 스매시 팩터는 피칭 웨지 기준 1.15에 불과했다.
김 프로는 "아이언 종류는 스매시 팩터가 1.3 정도는 나와야 공이 힘을 제대로 받는 것"이라며 "정타를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을 받고 연습을 하라"고 했다. 이 수치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김 프로는 "골퍼들이 자주 실수하는 탑볼(골프 공의 윗부분을 타격하는 것)이나 뒷땅(골프공이 아닌 바닥을 먼저 타격하는 것)을 줄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립이 잘못된 것인지, 클럽의 각도가 잘못된 것인지 등을 파악해 회원들의 스윙을 교정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프로는 ▲클럽 패스(임팩트 순간 클럽 궤도로 플러스는 인-투-아웃 궤도이며 마이너스는 아웃-투-인 궤도) ▲페이스 투 패스(플러스면 페이드 구질, 마이너스면 드로우 구질) ▲페이스 투 타겟(임팩트 순간 페이스 각도, 볼의 출발 방향을 결정하며 플러스는 볼이 오른쪽으로 가고 마이너스는 왼쪽으로 간다) ▲다이나믹 로프트(볼의 초기 출발 각) 등을 활용해 교습을 진행했다.
지금까지의 야외 연습장은 거리가 적게 나가는지, 많이 나가는지 여부만 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장비를 활용해 배워 보니, 헤드 스피드가 낮았는지, 임팩트에서 전달률이 어땠는지, 스윙 시 팔을 당기는지 풀어서 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보 골퍼에게는 교습 후에도 미보 레인지 데이터를 활용해 바로 연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교습할 때는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용어가 생소해 금세 의미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골퍼, 스윙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싶은 골퍼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쇼골프 관계자는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기기 활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며 "이를 감안해 장비 근처에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종이에 적어 코팅해서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보 레인지의 가격은 약 570만원으로, 3000만원에 달하는 트랙맨이나 플라이트스코프의 X3 전문가용 장비에 비해 5분의 1로 수준이다. 쇼골프 측은 이런 장점을 활용해 인도어 골프 연습장에 론치 모니터 설치를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쇼골프 관계자는 "X3라는 고가 모델에만 있던 퓨전 트래킹 기술이 미보 레인지에 적용됐다"며 "인도어 연습장 수익성을 감안했을 때 타석마다 3000만원짜리 분석 모니터를 놓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격 대비 활용하기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골프는 김포공항점과 가양점에 각각 미보 레인지를 10대 이상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사 인도어 연습장에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