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001680)이 실적 감소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해외 설비 투자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기존 바이오 사업 부문 주력 제품인 라이신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생산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PT Daesang Ingredients Indonesia'는 최근 3000만불(약 39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세웠다. 기존에 있던 생산 기지 부지 내에 아미노산 제조 설비를 새롭게 들이기 위한 것이다. 대상은 이달 초 해당 설비 투자를 위해 채무보증까지 결정했다.
대상이 인도네시아 법인의 신규 시설 차입을 위해 결정한 채무보증 금액은 377억원으로, 2021년 말 기준 대상의 자기자본 대비 3.02%에 해당한다. 이번 보증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이 대상으로부터 받은 채무보증 잔액은 629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악화를 겪은 대상이 인도네시아 법인에 채무보증까지 단행하며 투자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생산 기지의 생산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1973년 조미료 및 식품첨가물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돼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을 통해 MSG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 인도네시아 법인의 MSG 등 아미노산 생산 설비 평균 가동률은 2020년 100%를 기록한 이후 2022년 3분기 기준 104.8%까지 올라갔다. 전분·물엿 등을 생산하는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같은 기간 100%에서 92.9%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생산 능력 확보와 별개로 대상이 고부가가치 아미노산을 생산하기 위한 성격의 투자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상의 바이오 사업의 주력 제품인 라이신에 대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꺾인 데다, 단기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대상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4% 늘었으나 영업 이익이 1392억원으로 9.1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소재 사업의 부진이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분당·라이신 제품이 주력인 소재 사업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영업적자 25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대상의 소재 사업 주력 제품인 라이신 시장 상황의 턴어라운드 시점이 불확실한 점으로 미루어 대상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 SK증권은 대상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낮췄고, 키움증권은 3만4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상의 라이신 생산 실적은 9만6000여톤(t)으로 같은 기간 다른 아미노산 제품류 생산량(6620t)의 약 15배에 이른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에 계획한 아미노산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자사의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증설 설비에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다만 하나의 설비에서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호환 생산'이 추세이기에 증설되는 설비 역시 이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대상에 따르면 대상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아미노산은 L-히스티딘, 'L-알기닌', 'L-페닐알라닌', 'L-글루타민' 등이다. 고부가가치 아미노산은 기술력 차이로 인해 경쟁사에서 생산하지 못하거나, 경쟁사와 비교해 같은 양의 원료를 투입해도 생산량이 우월한 제품군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대상이 높은 라이신 의존도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실적 개선을 위해 CJ제일제당이 진행하고 있는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제일제당(097950)은 바이오 사업 부문에서 라이신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가치 아미노산 생산량을 늘려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8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도 4% 증가한 78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설비 호환생산으로 L-발린, L-알기닌, L-히스티딘 등 '스페셜티 제품(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늘린 영향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바이오 사업 부문 매출 중 스페셜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분기 기준 6%였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15%까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