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샴페인'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키안티 클라시코'가 있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키안티 클라시코는 레드 와인이지만, 생산 통제가 그 어떤 와인보다 엄격하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하나는 프랑스를 또 하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난 포도만을 사용해, 샹파뉴에서 생산한 와인에만 샴페인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또 병입 후 2차 발효 등 전통 제조법을 따라야 한다. 전통 제조법은 그대로 따르지만, 샹파뉴에서 만들지 않은 와인은 샴페인이 아닌 '크레망'이 된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기준은 샴페인보다도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대 그리스인들조차 '바쿠스(디오니소스)의 땅'으로 칭했던 비옥한 땅 토스카나 키안티 지역, 그중에서도 키안티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약 7만 헥타르(ha) 산지에서 난 포도만을 써야 키안티 클라시코로 친다.
키안티에 붙은 '클라시코'는 '원조'라는 뜻이다. 교황청으로 가는 와인, 저명한 화가이자 건축가 조르지오 바사리가 '바쿠스가 발을 디디고 있는 훌륭한 와인의 땅'이라며 키안티 와인을 칭송하자 '키안티'라 붙인 가짜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진짜 생산자들이 클라시코를 더했다.
1924년 진짜 키안티 와인 생산자 33명이 모여 와인 생산 협회를 만들었고, 키안티 뒤에 클라시코를 붙였다. 이보다 42년 앞선 1882년 프랑스 샹파뉴에서 샴페인 생산자들이 모여 샴페인 최고 생산자 협회를 만든 뒤 샴페인 생산 지역과 제조 방식을 한정·통제한 것을 따왔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는 키안티 지역 안에서도 중심부만을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생산 지역으로 한정하고 철저히 거리를 뒀다. 가령 키안티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는 절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클라시코 생산 지역에서 키안티 와인을 만드는 것도 막았다.
생산 규정은 더욱더 까다롭다. '주피터의 피'라고 불리는 키안티의 주품종인 산지오베제를 80% 이상 써야 한다. 남은 20%는 콜로리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허용된 품종만으로 혼합해야 한다. 이때 수확량은 ha당 7.5톤(t), 나무 한 그루당 2㎏을 넘어서선 안 된다.
이후 수확한 포도를 각자 발효해 최소 1년의 숙성을 거치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가 부여하는 검은 수탉 문양을 각진 어깨의 보르도 스타일의 병목에 붙일 수 있다. 검은 수탉 문양만으로 와인의 역사, 그리고 생산자의 노력이 맛과 품질이 보증된다고 봐도 과언 아니다.
국내에선 이탈리아 와인 명가 프레스코발디가 만든 와인 '페라노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검은 수탉 문양을 볼 수 있다. 프레스코발디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렌체의 귀족 가문으로 700여 년간 와인 제조에 종사한 와인 생산자로, 영국 왕실에 가는 와인 생산자로 유명세를 치렀다.
특히 페라노는 프레스코발디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생산 지역 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인 가이올레 마을에 세운 와이너리다. 해발 500m 고도에 남향의 포도밭을 조성해 산지오베제와 메를로를 생산, 이들 포도를 가지고 산지오베제 90%, 메를로 10%의 키안티 클라시코를 만들었다.
진한 루비색에 풍부한 과실 향을 갖춘 페라노 키안티 클라시코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2점을 받았더.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선 레드 와인 구대륙 3만원 이상 6만원 미만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신세계L&B가 수입·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