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을 앞세워 연간 3조원 매출을 이룬 농심(004370)이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팜을 찍었다. 스마트팜 설비 수출로 라면 일변도의 매출 구조를 다각화,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초 농심 수장에 오른 이병학 대표가 직접 스마트팜 사업을 챙기고 나섰다.

농심 안양공장 내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둘러보는 오만 정부 관계자들. /농심 제공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사업 계획에 '수직농장(스마트팜) 통합 솔루션 사업화'를 핵심 추진 사항 중 하나로 정하고 해외 수출 등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2018년 스마트팜 기술 사업화를 위해 스타트업 형태의 별도 사업팀인 '닥터팜'을 구축한 지 약 4년 만이다.

지난해 말 닥터팜이 농심그룹 플랜트 설계 전문 계열사인 농심엔지니어링과 중동 오만으로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스마트팜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게 발단이 됐다. 올해는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에 지원, 현지 유통사와 스마트팜 구축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이병학 농심 대표가 농심의 스마트팜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정부가 농식품 수출 지원을 위해 만든 'K푸드플러스 수출 확대 추진본부' 간담회에 참석해 농심의 스마트팜 기술 및 수출 계획을 발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농심은 농산물 품종 연구를 목표로 1995년부터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고, 2020년에는 안양공장에 자체 기술을 활용한 식물 공장을 완성했다"면서 "UAE에서 체결한 스마트팜 수출 계약의 규모만 1600만 달러(약 206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심이 스마트팜을 꺼낸 이유는 농심의 라면 외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농심은 라면, 스낵에 이어 물·음료 등 식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 매출을 라면 에서 올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3분기 기준)은 79%다.

지난해 글로벌 K푸드 인기를 타고 사상 첫 매출이 3조원(잠정 3조1291억원)을 넘어섰지만, 라면 하나로 이룬 성과라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특히 전체 매출의 약 80%에 달하는 라면 안에서도 신라면이 40%를 차지한다.

그래픽=손민균

농심은 당장 중동 지역으로의 스마트팜 수출을 확대해, 라면 의존도를 낮춰간다는 계획이다. 사막 지대인 탓에 대부분 식량을 수입에 의존했던 오만, UAE 등 중동 국가들이 식량 안보를 국가 과제로 정하고, 스마트팜 구축을 정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농심은 최근 스마트팜 사업팀인 닥터팜 규모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생산 부문 신규 채용을 시작했고, 추후 영업 조직도 키울 예정이다. 고객 발굴 등에서 협업하는 농심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이미 스마트팜 솔루션 전담팀을 꾸렸다.

농심 관계자는 "자사 스마트팜은 완성된 설비로 구성된 컨테이너 형태로 중동 등 현지에서 전기와 수도만 연결하면 즉시 작물 재배가 가능하게 개발했다"면서 "식품 부문 글로벌 사업을 지속 확장하는 동시에 스마트팜을 통한 지속 성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