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식품 기업의 척도로 여겨지는 '매출 3조원 클럽' 기업이 기존 4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환율 상승, 경기 둔화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해외 매출을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찾은 덕분이다.
K푸드의 인기가 해외 시장에서 확대되면서 3조 클럽 기업들의 올해 매출도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올해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 업계에서 매출 3조원을 넘긴 기업이 기존 4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롯데제과(4조745억원)와 SPC삼립(005610)(3조3145억원), 오뚜기(007310)(3조1833억원), 농심(004370)(3조1291억원)이 매출 3조원을 넘겼다. 기존 '3조 클럽' 기업은 CJ제일제당(097950), 동원F&B, 대상(001680), 현대그린푸드(453340)였다.
농심(004370)은 해외 사업 비중이 2017년 25%에서 지난해 36%로 커졌다. 농심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시에 위치한 제2 라면 공장을 지난해 4월 가동하면서 해외 매출이 더욱 늘었다. 제2 라면 공장은 지난 2005년 1공장 이후 17년만에 추가된 해외 공장이다. 제2 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50~60%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락다운으로 시장 대응이 원활하지 못한 중국과 일본 등을 제외한 호주, 베트남 또한 판매가 견조하다"며 "원재료뿐 아니라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비용 상승흐름에도 국내대비 상대적으로 유연한 가격정책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SPC삼립(005610)의 매출 성장은 지난해 2월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 출시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SPC삼립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휴게소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유통·물류 부문에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이 성과를 낸 것도 매출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룹 계열사 사고 여파에도 불구, 포켓몬빵과 호빵 등 계절 상품 매출이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시기상 고점에 매입한 소맥, 팜유 등 주 원재료가 사용되면서 매출 원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롯데제과는 기업 구조의 변화와 주력 제품의 매출 신장,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3조 클럽에 가입했다. 롯데제과의 2021년 매출액은 2조1454억원이었는데 롯데푸드 흡수 합병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4조745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푸드 합병이 아니어도 롯데제과의 지난해 실적은 좋았다. 빼빼로 등의 주력 제품 매출 신장으로 건과 매출액이 12.6% 늘었고, 카자흐스탄과 인도,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매출은 20.2% 증가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회성 비용 반영을 감안해도, 감안하지 않아도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4분기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오뚜기는 계열사 연결 편입의 효과를 보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오뚜기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3조1833억원으로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이는 오뚜기에 조흥과 오뚜기 라면이 연결 편입되면서 4분기 실적이 반영돼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3조 클럽 기업들이 올해도 매출액을 늘리며 외형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인상했던 주요 제품들의 판매 가격 인상 효과,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 원재료비 부담 완화 등은 긍정 요인, 전반적인 국내 소비 심리 둔화는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제과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매출 성장률을 4~6%, 영업이익률을 4.5~5.0%로 전망했다. 한유정 애널리스트는 "2022년을 저점으로 뚜렷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로 국내 껌·캔디 시장의 회복, 인도에서 건·빙과 추가 라인을 증설하고, 신제품 판매 확대가 예정돼 있어서다.
농심은 올해 매출이 3조351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1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력 제품의 시장 경쟁 완화 흐름과 가격 인상, 신제품 출시 등 농심의 시장 지배력이 반영된 외형 확대 전략이 여타 경쟁 업체 대비 유효하다"며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PC삼립은 올해 연결 매출은 지난해보다 9.8% 증가한 3조6395억원,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1013억원으로 전망됐다. 주요 원재료인 소맥 가격이 하향 조정세라 원가 부담이 2분기부터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태현 애널리스트는 "SPC삼립은 주력 양산빵 제품 가격을 1월 말 올렸다"며 "포켓몬빵 제품 리뉴얼과 띠부씰 확대, 하반기 신규 캐릭터 빵 출시로 올해도 베이커리 부문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내수 경기가 가라앉는 것은 식품 기업들의 공통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라면회사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농심과 달리, 오뚜기는 국내 매출의 비중이 높아, 국내 경기 위축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의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은 전체 사업 매출의 11%다. 농심(36%)의 3분의 1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