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은 해외에서 경쟁사 필립모리스(PMI) '아이코스'의 상품군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삼성, 현대, LG가 이렇게 굴욕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경험이 있나요?이상현 FCP 대표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KT&G(033780)가 릴의 해외 유통을 경쟁사인 PMI에 맡기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FCP는 지난해 10월 KT&G에 주주제안을 했다. 당시 크게는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인적분할) ▲릴 글로벌 전략수립 요청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거버넌스 개선 등 다섯가지가 골자였다.
특히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에 있어서는, 경쟁사인 PMI와 계약 대신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의 해외 수출 실적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G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달 PMI와 15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PMI와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주주로서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신청했지만 KT&G는 이를 거절했다"며 "자력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경쟁사에 15년간 초장기 위탁을 하는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매출이 얼마나 증가한다'로 얼버무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주주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이렇게 15년이 지나고 나면 릴이라는 브랜드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등에 대해서 전혀 밝힌 바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KT&G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릴은 아이코스의 껍데기가 아닌 독자적인 브랜드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며 "해외에서 판매되는 릴 제품은 'a little is a lot'이라는 KT&G의 슬로건과 함께 'Introduced by iqos(아이코스)' 라고 작게 적혀 있다"고 반박했다. 또 KT&G 관계자는 "4분기 실적 발표부터 해외 NGP 분기 실적을 연간 매출 수량과 매출액을 공개했다"며 "앞으로도 투명하게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왜 KT&G 주주가 됐는가.
"칼라일 한국 대표를 맡으면서 한국에서 인수할만한 기업을 찾는데, 워낙 시장에 나오는 기업도 없을 뿐더러 좋은 회사들은 줄을 서고, 조건을 걸어야만 살 수 있었다. 줄 안 서고 좋은 데 가격이 싼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민영화 3형제'를 찾았다.
KT(030200), 포스코(POSCO), KT&G는 20년 전 민영화됐고 이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 중에 제일 좋은 회사는 KT&G라고 생각했다. KT는 업종 특성상 세계로 나갈 수 없고, 포스코는 전세계적으로 철강의 과잉 공급 문제가 있었지만 KT&G는 성장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런데 칼라일 측에서 담배 회사는 ESG에 어긋나는 업종이어서 투자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회사인데 투자하지 못한다니, 아쉬워서 직접 차린 FCP에서 투자를 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KT&G가 밝힌 투자 청사진을 평가해달라.
"다음날 주가가 장중 5% 폭락하고, 현재까지 시총 9000억원이 증발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답변이다. 우리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가 '잃어버린 15년'이라는 사상 초유의 주식 저평가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KT&G는 지난 3년간 PMI를 통해 해외 수출을 하면서도 릴의 해외 수출 실적을 공개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 상법상 주주는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할 권리가 있다. 이에 의거해서 FCP는 지난해 12월 12일 정식으로 열람권을 청구했지만, 회사로부터 "영업상 기밀이라 보여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국제 계약서를 작성하고 봤지만, PMI와의 계약에 'KT&G는 주주에게 실적을 보고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로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있었으면 당연히 보여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KGC인삼공사는 왜 KT&G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것인가.
"ESG 광풍 이후로 해외 주요 펀드들은 담배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규칙이 생겨버렸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기금들이 담배 투자를 금지한다. 인삼이 담배 회사에서 분리되면 투자하고자 하는 기관 수가 곱절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인삼은 세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제품이다. 프랑스의 트러플,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식품이 될 수 있다.
어떤 점이 외국인들에게 먹힐까, '정관장'이 외국인들에게 발음이 잘 되나, 홍삼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잘 팔릴까 등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겐 재배 노하우가 이미 있으니, 이제 필요한 건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라는 의미다."
KT&G는 담배와의 시너지가 인삼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KGC인삼공사가 담배로부터 독립해서 KT&G 주주들이 직접 소유해야, KT&G가 담배회사 임원을 인삼공사의 CEO로 선임하는 폐해를 멈출 수 있다. 세계로 진출해야 할 인삼의 수출은 전체 매출의 20%도 되지 않는다.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가진 CEO가 필요한 회사에, 담배 회사로부터 낙하산이 반복되고 있다.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 국가대표급 회사를 썩혀 두는 것은 옳지 않다."
백복인 KT&G 사장을 처음 만난 시기는 언제인가.
"백 사장을 2017년 칼라일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먼저 백 사장에게 10월에 발표한 주주 제안서를 보여주면서 '넥스트 100년 비젼'으로 발표하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백 사장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오히려 5월에 KT&G 본사에 가서 이를 발표하도록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후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싱가포르로 와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후 6개월이 지나도 KT&G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인적분할 후 상장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사례가 많다. 주주들에게 오히려 손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주장은 정말로 요즘 ESG투자 트렌드를 몰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반대로 급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인적분할은 가치를 증대시킬 수 밖에 없는 매우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인삼에 투자하고 싶어도, 담배의 자회사라는 내규 때문에 투자를 못 하는 기관들이 많은데 이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
사외이사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과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KGC인삼공사는 스타벅스, 네슬레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인재를 모시고, 차 전 부회장 같은 사람을 CEO로 선임해 회사를 키워야 한다. 현재 구조 하에서 차 전 부회장 같은 경력의 CEO가 KT&G 자회사 대표를 할 이유가 없다. 뭔가를 할 때마다 KT&G에 보고해야 하는 그 자리에 말이다.
차 전 부회장과 황 전 대표 같은 사람이 KT&G 이사회에 있었다면, 단 11일만에 대표이사를 초고속으로 연임 결정하고 주가 폭락 속에서도 사상 최고의 성과급을 책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지난달 26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발표한 5년간 3조9000억원의 투자와 PMI와의 15년 장기 계약이 회사에 실제 도움이 될지 정확하게 판단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