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며 '3조원 클럽'에 가입한 농심(004370)의 '라면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해외 사업 강화는 이루었으나, 다른 사업 분야에 뚜렷한 실적이 없는 데다 라면 역시 단일 제품 매출 비중이 높아 사업 다각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 농심 사옥. /농심 제공

13일 농심에 따르면 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3.23%였으나,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올라 2021년 78.33%로 약 5.1%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78.75%로 전년보다 0.42%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의 수출 역시 라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의 수출에서 라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4.25%로 나타났다. 2012년 82.07%에서 약 10%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중국과 미국 현지 공장 확장으로 인한 효과로 현재도 해외 사업의 80%가량은 라면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라면 매출 역시 단일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해당 제품은 출시 28년 차인 '신라면'인데, 농심의 라면 매출 가운데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농심이 경쟁 라면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음에도 새로운 주력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신라면을 제외한 다른 주력 제품인 '너구리'와 '안성탕면'은 모두 1983년에 출시됐고, '짜파게티'는 1984년에 출시돼 모두 출시한 지 30년 가까이 된 제품들이다.

2021년 기준 농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은 1.1%(293억원)다. 풀무원(017810)이 1%(285억원), 오뚜기 0.44%(130억원), 삼양식품(003230) 0.23%(21억원) 등이다.

다만 풀무원과 오뚜기(007310)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기준 각각 10%와 25.52%로 농심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농심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력 상품인 신라면을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에 공을 올렸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출시한 '신라면 블랙'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고, 2021년에는 '신라면 볶음면'을 출시했다.

지난 1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소비자 참여를 통해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면 시리즈의 매출 중 신라면의 비중이 83%에 이르고, 건면과 볶음면 등 다각화 제품의 매출 비중은 17%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은 라면 시장에서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자,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20년 철수했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다시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창립 이래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천호엔케어 인수에 나섰으나 매각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농심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국내 사업 매출이 전체의 약 64%를 차지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라면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국내 라면 시장 성장세는 저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면류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7921억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2조590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연평균 0.9%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에야 2020년 시장 규모를 넘어 2조868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aT는 내다봤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 시장 확대는 사실 가격 인상으로 인한 효과로 소비 자체는 계속 줄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었다가 경기 악화 우려로 그것이 유지되는 것일 뿐, 라면에만 의존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심이 매출 3조원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2분기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했던 만큼 한 사업 부문에만 치우쳐 있으면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농심도 생수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군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의 주력 제품이 라면이다보니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건강기능식품, 식물성 대체육, 스마트팜 등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