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푸드를 끌어안은 롯데제과가 올해 경영 효율화 고삐를 더욱 죈다. 지난해 건과·빙과 상품 수를 줄이고, 비효율 사업(이유식)을 정리한 데 이어 제조 슬림화로 손을 뻗고 나섰다. 당장 양산빵을 만드는 제빵공장 축소 방침을 정하고, 철수 공장 선정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 /롯데제과 제공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올해 사업 목표를 ‘생산·물류 가치사슬 효율 강화’로 정하고 그 첫 행보로 제빵공장 철수 방침을 세웠다. 현재 수원, 부산, 증평에서 각각 운영 중인 제빵공장 3곳 중 1곳의 문을 닫고 통합해 2개 공장 가동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공장 통합을 통한 고정비 축소가 목표로, 사내 경영전략부문과 생산본부를 축으로 철수 공장 선정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롯데푸드 흡수합병으로 산하 공장만 17곳을 갖추게 됐다”면서 “비효율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가 직접 제빵공장 철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과거 롯데칠성음료에서 진행했던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핵심 제품만을 남겨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이후 생산 공장 수를 줄이는 효율적 비용 집행 전략이다.

롯데제과의 양산빵 시장 고전이 제빵공장 철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제과는 2009년 1주당 50만원에 호빵으로 유명했던 기린식품을 인수하며 양산빵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SPC샤니와 삼립에 밀리며 결국 반값에 흡수합병, 부산과 수원 2개 공장을 끌어안았다.

이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양산빵을 공급했던 롯데브랑제리도 흡수합병하며 증평공장까지 3개 공장을 갖추게 됐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연간 매출은 2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SPC삼립(005610) 제빵 매출의 3% 수준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롯데제과로 롯데푸드를 합칠 때만 해도 빙과 생산 조정이 먼저 이뤄질 줄 알았지만, 현재까지 빙과는 영업 조직을 재편 정도에 그쳤다”면서 “당장은 가동률이 낮은 제빵에서의 비효율 제거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국내 생산 공장 현황. /롯데제과 제공

양산빵은 초기에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적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 생산 기술과 상온·냉장·냉동 등의 유통 물류 시스템도 필요해, SPC그룹 계열사들이 현재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양산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양산빵 주요 판매 채널로 올라선 편의점이 직접 양산빵 기획 상품을 내는 것도 롯데제과에는 위기가 됐다. 가령 CU는 연세우유 크림빵을 연세우유와 협업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내세웠고, GS25도 PB 빵브랜드 브레디크를 운영하며 양산빵 제조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제빵공장 철수로 생산을 조정하고, 이후 물류센터도 통폐합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주력 브랜드만 남기고, 해당 제품에 마케팅 힘을 쏟은 효과로 4조원 넘는 매출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6% 넘게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통합 롯데제과의 지난해 매출은 4조745억원(합병 전 1·2분기 롯데푸드와 롯데제과 매출 합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 유통 채널에서 진행하던 할인, 판촉 행사 축소에도 불구, 1353억원으로 6% 줄었다.

롯데제과는 제빵공장 효율화를 근거로 향후 육가공, 건과 사업에서의 생산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철수 대상 공장을 정한 뒤 내년 초에 제빵공장 1곳 문을 닫고, 2025년까지 육가공 공장 1곳 철수, 다시 2026년 상반기까지 건과 공장 1곳 철수를 예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식품 계열사 간 생산, 영업, 마케팅 등 중복 사업을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현재 가장 큰 과제“라면서 “이후 건과·빙과 물류 허브를 구축하고 노후 물류창고의 자동화를 위한 투자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