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003230)이 '매출 1조원 식품사'로 도약에 나선다. 지난해 라면 수출 호조에 힘입어 9000억원 매출(전망치)을 낸 가운데 해외법인 추가 설립을 정했다. 수출 판매 구조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해외법인을 통한 현지 생산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초 확정한 '2023년 사업 계획'에서 해외 판매법인 신설 추진을 확정했다. 우선 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를 두루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해외 판매법인 신설 지역으로 선정하고, 국가별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양식품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식품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직 해외 판매법인 신설 국가를 정했다기보다 지역을 아·태 지역 정도로 정한 상태로 가능한 연내로 새로운 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2019년 1월 일본에 현지 판매법인인 '삼양재팬'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과 중국 등 총 3개국에 해외 판매법인을 구축했다. 2021년 8월 설립한 미국 판매법인 '삼양아메리카', 같은 해 12월 설립한 중국 판매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등이다.
국내 생산·수출 판매로 이뤄지는 해외 매출 호조가 법인 신설 추진을 이끌었다. '매운맛 챌린지' 등으로 불닭볶음면이 세계 시장에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70%에 육박했다.
중국 현지 판매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의 성장도 이번 해외법인 신설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는 중국 내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에 주력, 지난해 3분기까지 삼양식품 전체 해외 매출의 20%가량인 4억7700만 위안(882억원) 매출을 냈다.
삼양식품은 이번 해외법인 신설로 총 4곳 해외법인을 구축, 수출 제품군 다각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불닭볶음면 인기가 이어지며 해외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해외 매출 대부분이 붉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 불닭볶음면 브랜드 하나에 한정되는 탓이다.
삼양식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전제 판매 제품 중 8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양라면'(8.3%), '짜짜로니'(3.8%), 기타(6.9%) 순이었다. 매출로 따져도 붉닭볶음면 하나에서 전체 매출의 약 70%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 고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일본, 미국, 중국 외에도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 진출해 있지만, 현지 판매를 유통 파트너사들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팔고 싶은 제품보다 잘 팔리는 제품으로 편중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건면, 냉동, 소스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라면에 집중된 매출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 물류 전담 조직을 신설, 해외 판매법인을 통한 해당 국가 및 지역 수출 전용 브랜드도 발굴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량 수출 형태로 해외 매출이 일어나고 있어 최근 고환율에 따른 수혜를 입었지만, 환율 변동 시 매출 급감 우려도 있는 탓이다. '신라면'으로 유명한 농심(004370)은 이미 미국 등 해외에 라면 공장을 갖추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아·태 지역 해외법인 신설과 관련한 계획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해외 사업의 볼륨 확대와 유통구조 및 마진 개선 등을 위해 현지 전략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