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의 양조장 ‘우포의 아침’이 작년 8월 편의점 CU와 손잡고 내놓은 증류식소주 ‘빛소주’가 2030 소비자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출시 첫 한달 여만에 누적판매량 10만병을 돌파, CU 프리미엄 소주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최근까지의 누적치로는 벌써 40만병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빛소주는 알코올 도수 24도와 32도 2개 제품이 있는데, 오크칩을 넣어 숙성한 32도 제품은 ‘쌀로 만든 증류식소주인데도 위스키 색, 향, 맛이 난다’, ‘위스키보다 더 위스키같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빛소주의 장점은 첫째, 청정 원료다. 빛소주는 양조장에서 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청정 우포늪 인근서 재배한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 우포늪이 어떤 곳인가? 1억4000만년 전, 인류가 살기도 전에 조성된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습지다. 1998년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될 정도로,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 창원 주남저수지와 함께 총회 공식 탐방지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 2006년부터 3대 사장을 맡아 매출 120억(작년)을 달성한 주역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5억원이다. /박순욱 기자

두번째는 80년 남짓된 발효기술이다. 1945년 사화정미소를 기점으로 78년 동안 쌓아온 발효기술로 쌀발효주를 빚어, 요즘 트렌디한 양조장에서 많이 쓰는 감압증류방식으로 증류주를 내린 제품이 빛소주다.

세번째는 착한 가격이다. 24도 빛소주(375미리)가 7,900원, 32도 빛소주는 1만2,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는 “중간 도매상을 끼지 않고 CU 본사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경쟁업체 제품보다 적어도 30% 정도는 저렴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오크 숙성 방법이다. 빛소주 32도는 국내 출시된 오크소주 중 드물게 ‘오크칩 숙성’ 술이다. 오크통에 넣어 오랫동안 숙성하는 전통적 ‘오크 숙성’ 대신 오크통을 잘게 자른 오크칩을 증류원액과 함께 넣어 단기숙성하는 숙성방식으로 만들었다. 박 대표는 “포르투갈에서 수입한 오크칩 여러 종류를 섞은 뒤 증류원액이 든 스테인리스통에 넣어 한달 정도 숙성한다”고 말했다.

오크칩 숙성의 가장 큰 장점은 숙성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오크통 숙성은 적어도 1년 이상은 돼야 오크향이 증류원액에 스며드는데, 오크칩을 사용할 경우, 한달 정도만 돼도 오크 숙성이 거의 완성된다. 오크 나무를 잘게 자른 오크칩은 액체인 술과 접하는 부분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빛소주 32도는 오크칩에서 한달간 숙성한 뒤 병입한다. 반면에, 화요 xp, 마한오크, 문경바람 오크를 비롯한 국내 오크 숙성 증류주들은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한 제품이다.

우포의 아침 빛소주32에 들어가는 다양한 오크칩들. 포르투갈산이다. /우포의 아침

물론, 오크칩 증류주는 오크통에서 장기숙성한 술에 비해 오크향이 깊고 부드럽지는 못하다는 평이다. 빛소주 32도 제품 역시, 오크통 숙성 술에 비해,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오크향 여운이 그리 길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요즘 MZ세대들이 싱글몰트 위스키같은 개성있는 위스키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착한 가격의 오크칩 숙성 증류주들이 세상에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출시돼, 순항 중인 빛소주의 명성을 이어나갈 후속 증류주는 단감 브랜디인 ‘하늘 아래서’다. 올해 2월 초에 출시됐다. 배우 겸 가수 김민종의 노래 제목 ‘하늘 아래서’에서 이름을 땄다. 일종의 ‘셀럽 콜라보’ 제품이다. 2021년말에 나온 단감와인 ‘단감명작’을 증류한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24도다. 전통주 전문가 전진아 박사(다울프렌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감이 갖고 있는 고유한 향과 풍부한 맛을 그대로 증류주에 녹여낸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단감은 국내 생산 과일 중 유일하게 생산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과일인데, 창원(맑은내일 소재지)과 창녕(우포의 아침 소재지)이 있는 경남이 최대산지다.

그런데, 이 제품은 우포의 아침이 아닌, ‘형제 회사’인 맑은내일이 만든 제품이다. 창녕에 있는 양조장 ‘우포의 아침’은 2008년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설립됐고, 이에앞서 2006년 설립된 기업이 맑은내일이다. 2개 회사 모두 현재 술을 생산하고 있는데, 막걸리 비중이 높은 회사가 맑은내일이고, 우포의아침은 약주, 청주, 증류주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박중협 대표를 경남 창녕의 ‘우포의 아침’ 공장에서 만나, 먼저 단감 브랜디 ‘하늘 아래서’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단감 브랜디 얘기를 하기 전에 단감와인 개발 스토리부터 말하고 싶다. 단감은 창녕이 최대산지인데, 2008년에 이상한파로 단감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단감은 당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가급적 늦게 수확하는데, 그해 수확을 앞두고 기온이 뚝 떨어져 단감이 약간 얼어, 팔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서 단감 농가 사정을 감안해, 시장에 내다팔지 못하는 단감을 대량 구입해, 단감와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는 지금과 달리, 회사 규모가 작았고, 급하게 만든 단감와인을 제대로 판매할 능력이 안됐다.

그러다, 2021년에 다시 알코올 도수 7도의 단감와인 ‘단감명작’을 재출시했고, 시장 반응도 좋았다. 이에 힘입어 단감 브랜디 ‘하늘 아래서’를 새로 내놓게 됐다. 가격은 1만5,000원이다. 24도 제품이 먼저 나왔고, 추가로 17도, 40도(오크)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셀럽과의 콜라보 제품은 ‘하늘 아래서’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 의리남 배우 김보성과 함께 16.5도 소주 ‘의리남’을 내놓았고, 앞으로도 여러 셀럽 콜라보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생산 중인 술 제품은 몇종인가?

“우포의 아침, 맑은내일 2개 회사 제품을 포함해, 50종 정도 된다. 막걸리가 10여종, 청주-약주가 너덧종, 과실주도 3종, 증류주는 올해 나올 제품 포함하면 10종 정도 된다.”

우포의 아침(맑은내일) 주요 제품들. 왼쪽부터 빛소주 24, 맑은내일 유자, 조선주조사, 단감명작, 운암1945, 빛소주 32. /박순욱 기자

-작년에 우포의 아침(맑은내일 포함) 술 매출은 약 50억원이었다. 매출 규모에 비해 술 종류가 너무 많지 않나?

“현재 4공장 체제를 갖춘 규모이기 때문에, 한두가지 제품에만 올인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최근 술 소비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있다. 코로나 이후 홈술, 혼술 음주문화가 정작화됨에 따라 ‘개성있는 술’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시장의 흐름’에도 부응한다고 여긴다.

제품 종류가 많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전적으로 지역농산물로 술을 만들기 때문이다. 창녕, 창원에는 쌀뿐 아니라 단감, 양파, 호박 등 특산물이 많다. 이런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는 활동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지역농산물 소비를 얼마나 하나?

“작년에 쌀만 300톤, 단감은 120톤 수매했다. 호박도 100톤 정도 사들여, 건강식품을 만들고 있다. 석류라든지 지역에 나지 않는 농산물 외에는 인근 지역 농산물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중 효자상품을 꼽는다면?

“지역막걸리인 창원 생탁주가 매출 1위다. 그 다음이 단감명작(단감와인), 빛소주 순이다. 올해는 증류식소주 브랜드가 더 늘어난다. 2023년에는 증류식 소주 매출만 50억 정도로 본다.”

-고급 약주는 어떤 게 있나?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가 창녕 1공장의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박순욱 기자

“운암1945가 단일제품으로 가장 비싼 제품이다. 한병에 3만8,000원이다. 쌀로 빚은 약주이지만, 화이트와인 느낌이 난다. 집안 사원인 운암서원에서 이름을 가져왔고, 1945는 사화정미소 즉, 우리 집안 회사의 창립연도다. 일본식 누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누룩으로만 빚었다.”

-1945년 할아버지가 시작한 사화정미소가 회사의 출발인가?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 때,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정미 기술을 배워오셨다. 해방 후 고향인 창원에서 정미소를 차린 게 1945년이다. 정미소에서 남는 쌀로 청주를 빚어 시장에 내다판 게 주류사업의 시작이었다. 내가 3대 사장이다. 올해로 창업 78년을 맞았다.”

창원 맑은내일 공장의 술 병입 라인. 맑은내일 발효막걸리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맑은내일 제공

-2006년, 박중협 대표 취임 이후 회사 외형이 많이 커졌다.

“작년 매출이 120억 정도 됐는데, 술과 가공식품 비중이 반반이었다. 4공장 체제를 만든 게 내가 대표를 맡고 나서다. 그러나, 외형은 커졌지만, 효율은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 그래서 3~4년전부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하면서 ‘선택과 집중’ 경영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쌀과 발효기술이었다. 1945년 정미소 시절부터 쌀을 다뤄왔고, 또, 쌀을 원료로 발효기술로 술을 제조해왔다. 주문자생산방식(OEM) 같은 매출 불리기를 가급적 지양하고, 자사 브랜드 위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우포의 아침, 맑은내일 제품의 공통적 특징은?

“한마디로 가격경쟁력이다. 가성비가 좋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늘리고, 마진은 최대한 줄였다. 술의 경우, 알코올 도수도 주당들이 아닌 술이 약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 제품들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편이다.”

-자원 재활용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술 회사들의 공통적 고민은 술 찌꺼기(주박) 처리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주박으로 발효퇴비를 만들어 마늘 등 농산물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발효퇴비로 키운 마늘은 일반 마늘보다 크기가 1.5~2배 크다. 마늘 뿐이겠는가? 그래서 발효퇴비를 많이 만들어 농가에 보급할 생각이다. 수확한 농산물은 전량 수매해 시장에 팔거나 술 원료로 만들 것이다. 발효기술을 응용한 자원선순환 사업을 하고 싶다. 지역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친환경 이미지 제고로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