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명맥이 끊겼던 국산 프리미엄 고량주가 다시 등장했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중식(中食)대가로 잘 알려진 이연복 셰프는 농업회사법인 한국고량주와 ‘이연56′이라는 프리미엄 고량주를 선보였다.
이연복 셰프는 활발한 방송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유명 중식 요리사다. 현재 서울 연희동에서 중식당 ‘목란’을 운영하고 있다.
이연이라는 술 이름은 한글로는 본인 성명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었다. 한자로는 ‘좋은 인연(利緣)’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뒤에 붙은 숫자 ‘56′은 이 술 알코올 도수 56도에서 따왔다.
고량주(高梁酒)는 수수로 만든 증류주다. 일반적으로 중식당에서 쉽게 접하는 중국 산둥반도 옌타이(煙臺)산 고량주는 알코올 도수가 34도에서 40도 정도다.
이연56은 이런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가 최대 20도 이상 높다. 보통 술은 도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원재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같은 범주에 묶이는 술이라면 도수가 높은 술을 더 고급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산 고량주 가운데 50도를 넘긴 제품은 이연56이 처음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량주를 제외하면,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만들던 고량주는 25~30도에 그쳤다. 고량주를 빚을만큼 우리나라에 수수 수확량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주로 화교들이 운영하던 우리나라 고량주 공장들은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화교들 경제력을 통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국 국적 대표가 충청북도 제천에 설립했던 동해양조 정도가 유일한 국산 고량주 양조기업으로 꼽혔다.
동해양조는 1978년 동해백주 공장을 세우고, 당시 소주 도수와 비슷한 25도, 30도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7년 뒤인 1985년 대표가 야심차게 투자한 호텔사업이 실패하고,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연루되면서 문을 닫는다.
뒤이어 같은 제천에 설립한 고량주 전문 양조장 ‘풍원양조’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1989년 문을 닫았다.
대구 ‘수성고량주’는 현재 전국 대형마트에 납품할 만큼 자리를 잡았지만, 2010년부터 중국 선양(瀋陽) 공장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 업체가 만들긴 하지만, 국산 재료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고량주는 아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수수 수확량과 품질이 좋은 술을 빚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30년 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강원도 영월과 충청북도 제천 등지에 대단위 수수 재배단지가 조성돼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해졌다.
정부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 역시 수수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키우고 파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한국형 고량주’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전통민속주협회 관계자는 “고량주가 중국 술이지만, 그렇다고 꼭 중국산 고량주가 최고라는 법은 없다”며 “수수를 키우는 농법 면에서 국내 농가가 더 과학적이고, 양조 시설 역시 규모는 작지만 더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