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033780)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수출 금액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2월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KT&G는 릴을 해외로 수출한지 3년이 돼 가지만, ‘진출 국가 수’만 강조하고 실적은 한번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자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해 10월 행동주의 펀드의 릴 해외 수출 실적 공개 요구에 KT&G는 경쟁사이자 해외 유통을 위탁한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PMI)와의 계약을 들며 거부했다.
하지만 PMI가 KT&G의 릴 수출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 없이 회피해, 증시 관계자들의 의문을 유발하고 있다.
1일 KT&G 관계자는 “릴 수출 실적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며 “매출을 비롯해 매출 수량 등 다양한 방면으로 릴의 해외 수출 분기 실적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IR(기업설명회)을 통해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COO·CFO)이 릴의 해외 수출 실적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처음 내놓은 구체적인 발표 일정이다.
KT&G는 지난 2020년 1월 해외 진출과 유통망 확보를 위해 PMI와 해외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수출을 시작한 후 3년이 흘렀지만 KT&G는 릴의 해외 수출 실적을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KT&G는 릴의 해외 성장세를 보여주고자 했을 때는 항상 ‘해외 31개국 진출’만을 강조했을 뿐이었다.
그간 KT&G는 ‘릴의 해외 유통을 맡은 PMI와의 계약 때문에 수출 실적을 공개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만 되풀이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전자담배의 해외 매출액과 이익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릴 수출 실적은 주가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KT&G가 올해부터 릴의 해외 수출 실적을 공개한다지만, 깜깜이 논란을 해소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유통 계약사 PMI의 핑계를 대며 현재까지의 수출액은 비밀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PMI와의 향후 15년 간의 장기 해외 유통 계약 체결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조차 KT&G는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종료했다.
당시 질의응답에 나선 PMI 관계자는 ‘릴 해외 수출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약 10초간 대답을 하지 않고 임왕섭 KT&G 사업본부장과 상의 후 엉뚱한 답변을 시작했다.
PMI 관계자는 “이 질문은 KT&G에서 답변하는 것이 더 낫겠다”면서 “KT&G의 물량은 PMI 선적 수량과 똑같이 계산이 되고 있어 PMI 입장에서 봤을 때 순매출, 수량 등 모든 것들이 저희 재무 리포트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PMI 관계자로부터 순서를 넘겨받은 임 본부장이 답하기 전, KT&G는 행사를 종료하고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