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함께 진행하는 예산상설시장 부흥 사업인 ‘예산 프로젝트’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을 동원한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지역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상인들이 떠나게 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재정난으로 사학재단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떨어지는 예덕학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다.

법정부담금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 퇴직수당 중 법인부담금을 뜻한다. 다만 학교법인이 이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시·도 교육청의 인건비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충당된다.

백 대표는 또 이르면 내달 5일 예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백종원’에 공개할 예정이다. 백종원 채널은 백 대표가 운영하는 티엠씨엔터가 운영하는 것으로, 이날 기준 구독자 수는 566만명에 이른다.

그래픽=손민균

예산 프로젝트는 예산군의 사업비 36억원이 투입되는 원도심 재생 사업이다. 백 대표가 TV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박유덕 대표와 함께 2020년 예산시장 내에 ‘골목양조장’을 개점한 것이 마중물이 됐다. 골목양조장은 백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는 농업회사 법인 ‘주로’가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더본코리아가 시장 내 점포를 열 창업자 모집부터 메뉴 개발과 매장 인테리어 등 지원을 담당하고, 예산군이 시장 내 공용공간 조성을 위해 부지와 건물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모집한 창업자들은 예덕학원이 보유한 상가에서 점포를 열 예정이다. 예산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된 골목양조장도 예덕학원이 보유한 예산시장 내 상가 6개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가들은 모두 200.98㎡ 규모로 예덕학원이 지난 2019년 10월과 11월에 걸쳐 약 2억3320만원을 들여 매입한 학교의 수익용 자산이다.

이 밖에도 예덕학원은 예산시장 내 상가 3개호 100.69㎡를 2020년 12월과 지난 3월, 5월에 걸쳐 약 1억9000만원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데, 새로 문을 여는 점포들은 이곳에 입점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예산시장 내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1㎡당 8700원으로 조사됐다. 예산 프로젝트로 입점 업체들이 확정된만큼 예덕학원이 월 260여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덕학원에 임대료를 납부하는 주로가 2020년 기준 흑자를 기록한 만큼 예산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학원 측의 임대 수익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는 2020년 2억1200만원의 매출액과 13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예덕학원이 상가 투자를 시작한 이후 사학 법정부담금 납부율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법인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은 2018년 기준 평균 1.96%에 불과했지만 2020년 기준 평균 10.05%로 올랐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사학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백 대표는 프로젝트를 위한 상가 임차에 예덕학원을 이용한 것과 관련해 “예산 시장이 분양형 시장이라 시장이 활성화되면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인상해 장사를 하는 분들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학원을 이용하게 됐다”고 했다. 더본코리아가 개점을 지원한 매장은 양조장을 제외하고 모두 4개로 다음 달 중 문을 열 계획이다.

그는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을 하면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라면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 상가 주인만 배불리는 경우가 있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더본코리아를 통해 상가들을 인수를 할까 했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학교 법인을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백 대표는 예산 프로젝트를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내달 예고 영상을 시작으로, 예산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콘텐츠화 해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트레일러(예고 영상)를 시작으로 5일쯤 본 영상 콘텐츠로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백 대표의 유튜브 채널은 더본코리아의 콘텐츠 사업 부문이 지난 8월 물적분할한 티엠씨엔터에서 맡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콘텐츠 사업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313억원을 기록했다.

백 대표는 예산 프로젝트에 대해 “지역에도 도움이 되면서도 회사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들어간 것”이라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먹거리를 이용해 관광 상품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만들어서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비용 등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군은 예산 프로젝트를 위해 시장 내 공터와 상가로 있던 ‘장옥’을 매장에서 구입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당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철거 후 새로 복원할 방침이다.

예산군청 관계자는 “해당 부지의 토지는 95% 정도 매입을 완료했고, 건축물도 75% 정도 매입한 상황”이라며 “내년까지는 수용을 통해서라도 철거하고 현대화해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36억원가량”이라며 “프로젝트 이후 낙후된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미화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