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031440)가 스무디킹의 안정화를 위해 자금을 수혈한다.
스무디킹은 이 회사가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국내 전개권을 획득한 과일 스무디 전문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인수 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신세계푸드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 왔다.
◇인수 후 7년째 적자... 스무디킹에 20억 수혈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무디킹코리아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세계푸드로부터 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1주당 액면가는 5000원으로, 40만주를 발행한다.
신세계푸드가 스무디킹에 자금을 수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전반의 운영 개선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게 됐다”라며 “현재 수준에서 최대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3년 미국에서 출범한 스무디킹은 2003년 김효조 경인전자 회장의 장남인 김성완 대표가 국내에 들여왔다.
이후 2012년 한국 법인이 미국 본사를 역인수했고, 2015년 12월 한국법인 및 베트남 지역 영업권을 물적분할해 신세계푸드에 매각했다. 현재 미국 법인은 김 대표의 스무디킹홀딩스가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의 지인으로도 알려졌다. 최근엔 정 부회장의 맏딸이 스무디킹의 미국 본사에서 인턴 근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 인수 당시 ‘제2의 스타벅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으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수 직후인 2016년만 해도 매출 202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18억원으로 불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3억원, 영업손실은 5억원이다. 2020년 293개던 매장 수도 현재 266개로 줄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차가운 음료인 스무디의 특성상 계절을 타는 데다, 커피에 비해 제조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정이 복잡해 운영 면에서 효율이 떨어져서다. 원재료가 신선식품이라 폐기 부담도 크다.
신세계그룹 안팎에선 스무디킹을 ‘계륵’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매각이나 청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커지는 내부거래 의존도, 신사업 수익화는 언제?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업간거래(B2B) 중심에서 B2C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회사의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3년 차인 송현석 대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맥도날드, 피자헛코리아, 오비맥주 등에서 마케팅을 총괄해 온 송 대표는 2020년 10월 신세계푸드 대표로 취임한 후 B2C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부진했던 올반, 보노보노, 데블스도어 등의 적자 매장을 정리하고, 2020년 67개던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 수를 이달 기준 194개까지 늘렸다.
또 2016년 출범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올반’을 앞세워 소포장 육류, 중화요리, 옛날통닭 등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조3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늘었고, 영업이익은 293억원으로 무려 279% 증가했다.
하지만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68억원으로 17% 줄었다. 냉동 만두를 생산하는 자회사 세린식품도 4억73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내식이 줄고 식품 및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게 주요 원인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외형 성장에 집중해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피자와 대체육 베러미트, 정용진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 지식재산권(IP) 사업 등의 신사업에 투자했으나, 아직까지 수익을 내진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배기업인 이마트(139480)를 비롯해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등 내부거래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27%(2449억원) 수준이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4947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견조하다는 점이 신세계푸드의 강점”이라면서도 “내부거래를 제외한 사업들의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보다 기존 사업부문 집중과 대형 단체급식 거래처 추가 확보 등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사업 전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가맹사업도 지속 전개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