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만 신콩미츠코시 백화점에서 고구마 막걸리를 구매한 인상정(20)씨. /이신혜 기자

지난 26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신콩미츠코시 백화점 6층에는 한국 식품으로 가득했다. 한 층 전체를 한국상품전으로 채운 백화점 내부에는 10~20대로 보이는 젊은 세대부터 50~60대로 보이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식을 즐기고 있었다.

한국상품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빙그레 우유가 판매되고 있었다. 20대 커플이라는 대만 젊은이들은 각자 “RM과 정국을 좋아한다”며 캐릭터가 그려진 우유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BTS 우유로 알려진 빙그레 우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의 막걸리, 한라산 소주, 김치, 김부터 한국 간식으로 유명한 떡볶이, 씨앗호떡, 핫도그 등도 판매되고 있었다. 내부 한쪽에는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체험 공간부터 한국의 포장마차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벽걸이 메뉴판과 약 50석 규모의 간이 식탁 및 의자가 펼쳐져 있었다.

이날 탁주 및 약주 제조 전문 중소기업인 ‘우리술’의 고구마 동동 막걸리 제품을 구매한 인상정(20)씨는 “막걸리 한 병에 280대만달러(1만2000원)라서 비싼 것 같지만 최근에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를 보면서 한국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그는 “한국 보이 그룹 NCT의 팬이라 한국에도 얼른 가고 싶은데 일단 대만에서 한국 음식을 즐겨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워홈의 삼계탕 제품과 오이김치를 장바구니에 넣은 50대 주부 첸씨는 “대장금 때부터 한국을 접했는데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며 “가족들 모두 한식을 잘 먹어서 여러 개 골라보고 있다”고 했다.

신콩미츠코시백화점에 마련된 한국상품전에서 한식을 맛보는 대만 사람들. /이신혜 기자

◇백화점·야시장·편의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인기”

대만 전통시장인 야시장에서도 한국 식품을 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만 사람들은 야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 시간대가 되면 북적인다. 지난 27일 밤 찾은 대만 타이베이 라오허제 야시장에서는 핫도그와 떡볶이 등이 인기였다.

한국식 떡볶이와 어묵 등을 판매하는 한 포차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찼다. 특히 한국인들이 떡볶이에 자주 넣는 라면 사리까지 추가로 주문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정모(24)씨는 “원래 야시장에 가면 해외 음식 중에는 일본식 오코노미야키나 타코야키, 당고 등을 많이 팔았는데 요즘에는 한국 분식을 파는 가게가 늘었다”며 “대만 현지 음식을 제외하고는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이 경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28일 대만 라오허제 야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분식들. /이신혜 기자

대만의 주요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에서는 한국 라면과 과자, 소주 등도 매대 상위 칸에 위치해 판매되고 있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대만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 매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4:1비율로 순하리와 처음처럼이 판매되고 있는데 지난해는 전년 대비 매출이 15% 늘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매출이 25%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8월 기준 대만에서 유성탄산음료 ‘밀키스’를 1000만캔(250mL 기준) 이상 수출해 대만 진출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대만으로 수출된 밀키스 수는 2020년 20만캔에서 지난해 230만캔으로 늘었다.

편의점에 한국 라면 자판기가 설치될 정도로 라면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대만 편의점에서는 농심(004370) 신라면, 삼양식품(003230) 불닭볶음면과 함께 오뚜기(007310)치즈라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단종된 오뚜기의 ‘보들보들치즈라면’은 오뚜기가 대만에서 파는 라면 중 40%를 차지할 정도다. 진라면 다음으로 인기가 많다. 오뚜기 라면은 대만에서만 월평균 7억~1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실제로 대만 일부 편의점의 한국 라면 자판기에는 오뚜기의 치즈라면, 백세카레면, 팔도 꼬꼬면 등이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픽=이은현

◇30년째 단교상태인 한국·대만, K식품 우수성 알리려면 FTA 등 통해 관세 협의해야

그러나 1992년 한·중 수교가 체결되며 대만과는 단교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과는 30년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

대만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3개년 대만 농식품 수출액은 4000억원대~6000억원대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2019년 3억6686만달러(약 4868억원)에서 지난해엔 4억6082만달러(약 6116억원)로 25%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1~10월 기준 3억5273만달러(4681억원)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한국 라면과 김치 등에 대한 수출도 매해 늘었다. 그만큼 한국 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농식품 수출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FTA 등 국가간 무역에 관해 소통 창구가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대만에서 관세를 많이 붙여 한국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백화점에서 떡볶이 상품을 판매하는 한 무역업체 대표는 “한국에 맛있는 음식이 많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해도, 관세가 너무 많이 붙어 한국 가격의 두 배 정도로 팔아야 겨우 마진이 남는 수준”이라며 “중간에 무역 협정 등을 진행한다면 한식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aT 해외지사 관계자는 “대만과의 무역에 있어서 중국 눈치를 봐야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선은 FTA 전에 나라간 무역회의를 자주 열고 관세나 식품 인증 논의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