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확산하면서 각종 자연소재에 주목하는 미국인들이 늘었습니다. KGC인삼공사 미국 법인은 지난 3년 간 매출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판매채널이 다각화 되는 질적 성장도 이뤘습니다."
KGC인삼공사의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이흥실 법인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진생 뮤지엄 카페(Ginseng museum cafe)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산 인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 미국 사회에서 인삼은 성 기능 개선에 좋은 허브의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산 인삼(서양삼)을 파는 업자들이 그렇게 홍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캐나다, 한국에 이은 세계 4위 인삼 수출국이다.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에팔래치아 산맥에서 주로 난다.
이런 인식이 성 기능에 큰 관심이 없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됐다. 고려삼은 종자부터 다르고 면역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해도 미국 소비자들은 도처에 널린 CVS(드럭스토어)에서 20달러에 구할 수 있는 비타민보다 10배 비싼 값에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이 법인장은 "의료시장이 낙후된 미국은 약국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고 큰 병이 아니고서는 드럭스토어에서 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고려인삼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았다"며 "코로나를 계기로 자연·허브 소재를 찾는 현지인과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청장년층의 정관장 제품 구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표 제품으로는 홍삼음료 정관장 홍삼원과 무카페인 건강음료 HSW, 현지 시장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코어셀렉트가 있다.
KGC인삼공사는 올해를 미국 시장을 탐색하는 시기를 넘어 본격 투자해 성과를 낼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인 맞춤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만들었다. 연구인력을 현재 5명에서 1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음은 이 법인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가 KGC인삼공사 미국 법인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들었다.
"지난 3년 간 매출이 두 배 넘게 성장해 올해 3500만달러(465억원)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를 넘어 현지 판매 채널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이전 매출 85%가 가맹점에서 발생했는데 이 비중이 40%까지 내려가고 현지 리테일과 온라인 비중이 각각 30%로 올라갔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채널에서 기존에 없던 수요가 생겨났다는 의미다."
-고려인삼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미국은 의료 시장이 상당히 낙후돼 있어 약국을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웬만큼 심각한 병이 아니고서는 CVS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한 약으로 해결하려 한다. 대체의학이나 예방의학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우리가 아무리 '고려인삼이 면역체계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해도 '그걸 왜 20만원이나 주고 사먹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치료제가 없는 유행병이 오면서 사람들이 면역에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허브, 천연제품이 재조명 받았다. 그동안 정관장의 우수한 효능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온라인, 신문, 잡지, TV 등을 통해 홍보했고 현지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 만의 특성이 있나.
"처음 진출했을 때 인삼에 대한 현지 시각을 바꾸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미국에서도 인삼이 나기 때문에 인지도는 높았지만 성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흔한 허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가격대도 낮고 경쟁사도 많은 레드오션이었다.
일단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캔 드링크 형태의 제품(HSW)을 개발하고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결과를 온라인, 잡지, 신문,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올해부터는 미국 대학, 병원과 제휴해 고려인삼을 연구하는 임상실험도 진행 중이다.
작년 맨해튼 중심가에 진생 브루어리 콘셉트의 체험형 카페 '진생 뮤지엄 카페'를 개관한 것도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고려인삼의 재배환경, 특징, 효능을 설명하는 공간을 만들고 방문자들에게 갓 추출한 인삼달임액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에 변화가 있었나.
"미국 인삼시장 전체 규모가 1000억원이 안된다. 올해 미국 법인 매출이 400억원을 넘었으니 인삼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 도달을 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연령대가 높은 아시아인들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새로운 고객 페르소나(제품을 사용할 이상적인 고객의 모습)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령 인삼을 잘 알지 못해도 건강에 대한 관여도가 높고 천연으로 만들어진 내 몸에 좋은 생약제를 찾고 있는 소비자들, 나이가 40대 후반 이상이면서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새 고객이 될 수 있다."
-올해 만든 R&D센터의 역할은.
"본사에서도 올해 글로벌 사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미국 시장은 지금까지의 탐색기를 넘어 투자할 때라고 보고 있다. 현지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 R&D센터에서 현지 포맷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 뒤 외부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품질 컨트롤도 직접 한다.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논문 등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미국 법인의 향후 목표가 있다면.
"서구권 1등 글로벌 허벌(Herbal·허브로 만든) 건강식품 종합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최대 시장 미국에서의 성공은 글로벌화의 완성을 의미한다. 고려인삼의 가치를 인정받아 주류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정관장 제품을 못 접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접하면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