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올해 처음으로 건면 매출액이 누적 1000억원을 넘어 설 것이라며 건면 설비를 증설했지만, 농심의 건면 생산 기지 가동률은 26%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농심에 따르면 부산 녹산공장의 지난 3분기 평균가동률은 26.5%로, 농심의 국내 공장 7개 가운데 가장 낮다.
농심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2.7%로 ▲포승공장 94.3% ▲안성공장 75.7% ▲구미공장 74.4% ▲부산공장 66.8% ▲안양공장 66.1% ▲아산공장 38.7% 등이다.
녹산공장은 농심이 '웰빙면' 프로젝트로 약 1200억원을 들여 2007년부터 회사의 건면 제품 전량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2007년 2월 '건면세대'를 시작으로, '둥지냉면(2008년)', '후루룩국수(2008년)', '쌀국수뚝배기(2009년)' 등을 내놨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일부 제품은 생산이 중단됐다.
완공 이후 10년 넘게 20%대의 평균가동률을 기록하던 녹산공장은 2019년 '신라면 건면'이 출시되면서 2019년 32.7%, 2020년 30.1%의 가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건면이 출시 두 달 만에 라면시장 10위권 진입에 성공하자, 2개의 생산라인을 추가 구축했다.
이후 건면 시장을 확대하겠다면서 '짜왕건면'과 '짬뽕건면', '건면새우탕'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짬뽕건면과 건면새우탕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에도 '사천백짬뽕', '샐러드누들 오리엔탈', '라면왕 김통깨' 등의 건면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지만, 지난해 녹산공장 가동률은 21.1%로 떨어졌고, 지난 반기 기준으로도 25.3%에 그쳤다.
녹산공장의 가동률이 저조한 데는 농심이 건면 시장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이 신라면 건면을 출시할 당시 국내 건면 시장 규모는 2015년 629억원에서 2018년 1178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2020년에는 1308억원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도 신라면 건면 출시 당시 해당 제품의 연매출 단기 목표를 500억원으로 세웠다. 그러나 올해 1~10월까지 신라면 건면의 누적 매출은 155억원에 그쳤다.
농심 관계자는 "건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크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맛"이라며 "소비자들이 라면에 기대하는 부분이 건면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건면은 일반 라면에 쓰이는 유탕면보다 제조 비용이 더 들어 가격 경쟁력에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