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 수입업계 2인자 금양인터내셔날이 갈수록 추락하는 몸값에 골치를 썩고 있다. 올해 초 금융투자업계에서 5000억원 정도로 예측했던 몸값은 현재 2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 절차 가운데 핵심에 해당하는 기업가치 평가를 앞두고, 영업이익을 지나치게 불리려는 시도가 도리어 악재(惡材)로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 과정을 앞둔 금양인터내셔날 기업 가치는 19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당기순익(195억원)에 롯데칠성음료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9.76배를 대입한 금액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옛 해태산업 수입주류전문 자회사로 1989년 설립됐다. 칠레산 와인 브랜드 ‘1865′를 앞세워 한때 국내 와인시장 매출 기준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신세계(004170)그룹 와인 수입사 신세계엘앤비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결국 중견 건설사 까뮤이앤씨(013700)를 보유한 베이스그룹에 회사가 넘어갔지만, 3년 내내 연 매출은 600억원 대에서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급성장한 최근 2년 사이, 금양인터내셔날 매출 역시 급성장했다. 2020년에는 900억원대로, 지난해에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345억원까지 불어났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상장 계획을 밝힌 시점도 이 무렵이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금양인터내셔날 기업가치를 5000억원대 중반으로 추정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하이트진로(000080)의 지난해 PER(29.55)을 곱하면 5700억원대가 나오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상장 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해 9월 금양인터내셔날 최대주주 베이스그룹은 3자 배정 유상증자에 그룹 내 케이터링 계열사 후니드를 참여시키며, 보유 지분율을 기존 45%에서 15%로 끌어 올렸다.

33.58%로 2대 주주인 태흥산업과 9% 남짓한 지분을 가진 와인컨시어지가 모두 베이스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스그룹이라는 동일그룹집단이 보유한 지분은 94%에 달한다.

이후 12월에는 기존 주주였던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한 소액주주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면서 지분을 사실상 100% 가까이 끌어올렸다.

그래픽=손민균

금양인터내셔날은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10~15%, 신주모집 20~25%가량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가치를 5000억원 규모로 잡으면 공모 규모는 1000억~15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IB업계에서 ‘금양인터내셔날의 주류 라인업을 하이트진로 혹은 롯데칠성음료와 비교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업 가치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기업 규모가 2000억원 대로 쪼그라들면 공모 규모 역시 400억~6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공모 규모가 500억원을 밑도는 기업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IB 업계와 증권업계 전문가 뿐 아니라, 주류업계에서도 애초에 금양인터내셔날에 국내 주요 주류기업 PER을 직접 대입해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와인 수입사일 뿐 아니라, 주류를 직접 제조하는 제조사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가 3조 7000억원에 달하는 소주 시장과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반면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조원을 갓 넘긴 우리나라 와인 시장에서 수입사로 2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제조 공정을 유지하려면 공장과 부지처럼 생산 활동에 직접 투입하는 자본이 필요하고, 해당 기업 주가와 기업 가치에는 이런 부분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금양인터내셔날이 업력이 오래되긴 했지만, 수입과 도매 유통만 하는 기업을 음식료품 대기업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양인터내셔날과 함께 와인 수입업계 상장 1호 자리를 두고 다투는 나라셀라는 올해 6월 프리 IPO에서 기업가치를 1000억원 정도로 인정 받았다. 나라셀라의 지난해 순익(약 85억원)에 PER 11.8배를 곱한 수치다.

당시 에이벤처스는 나라셀라에 총 284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를 집행했다. 현재 나라셀라는 상장 주관사로 신영증권을 선정하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내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IPO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반면 아직 금양인터내셔날 상장 주관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금양인터내셔날이 무리하게 마진을 높이면서 영업이익을 불리려 한 점이 기업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주요 와인 전문 수입사 영업이익률을 놓고 보면 금양인터내셔날은 경쟁사 대비 최고 두 배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세계앨앤비와 아영FBC가 11%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금양인터내셔날은 20%에 달하는 마진을 남겼다.

다른 수입사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가져와서, 2배 가까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팔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급성장하는 가운데도, 영업이익률은 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사업 분야라면 공모 시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와인 수입이라는 사업 특성 상 영업이익률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기업 성장성에 우려를 갖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와인 시장이 이전 같은 속도로 불어나지 않는다면, 브랜드 소싱 경쟁이나 가격 인하 경쟁이 심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은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금양인터내셔날은 현재 와인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상장에 앞서 개선하는 차원에서 주류 소매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9월 경기도 고양시에 와인 소매점 ‘와인스팟’ 1호점을 열었고, 상장 단계를 마무리하는 내년 말까지 와인스팟 직영점 4곳을 더 열기로 했다.

올해 12월부터는 위스키 관련 사업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 2018년까지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그란트를 들여오다 매출이 시원치 않자 수입을 포기했다.

그러나 금양인터내셔날이 버린 이 글렌그란트 브랜드는 최근 위스키를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15년산 같은 일부 품목은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현재 글렌그란트를 수입하는 트랜스베버리지에 따르면 더 글렌그란트의 올해 1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5% 늘었다. 특히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2328%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