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문화 한류 붐을 체감한다며 장서경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지역본부장 겸 도쿄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993년 aT에 입사 한 이래 2003~2006년, 2011~2014년 이후 지난 2020년까지 총 3회 일본에 파견된 식품업계의 일본통(通)이다.
장 본부장을 지난 1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만나 일본 내 K푸드 열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전에 일본에서 일을 할 때와, 현재의 한국 음식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깊이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2003년에 왔을 때는 '겨울연가', '대장금'이 인기를 얻으면서 1차 한류 붐이 불었고 NHK홀에서 한국 음식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당시 고객층은 40대 이상의 가정주부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류 팬들은 10~20대로 연령대가 매우 어려졌다. 그는 "최근의 한류 팬들은 직접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요리나 패션 등 한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자신들의 문화로 흡수한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가령 '뚱카롱(두툼한 마카롱)' '치즈핫도그' '꽈배기' '크림마늘빵' 등이 현재 도쿄 내 최대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거리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마늘빵은 '칼로리 폭탄 음식'이라고 불리면서도 인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교민이 한국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마트들은 주로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만 있었는데, 이제 지바, 사이타마, 가와구치 등 외곽지에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장 본부장은 "일본은 지역 단위 슈퍼들이 상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슈퍼에서 한국 식품 전용 코너를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 지역까지 한국 식품들이 침투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할인 잡화점인 시부야역 인근의 '메가 돈키' 매장에는 한국 음식, 한국 뷰티 제품을 파는 전용 매대가 마련돼 있다. 불닭볶음면, 비빔면 등 라면 종류 뿐 아니라 과자, 한국 소주, 샴푸 등이 줄줄이 놓여있다.
한류는 한국 식문화가 일본에 확산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덕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K콘텐츠가 일본으로 실시간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기존 1세대 한류 당시에는 한국에서 유행이 거의 끝날 때 쯤 일본으로 유입되는 방식으로 시차가 있었는데, 이제는 바로 다음날 또는 그날부터 일본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한국에서 방영될 때,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롯폰기 클라쓰'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리메이크작이 제작된 후에 다시 한번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 내 많이 본 작품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K푸드의 일본 내 전파 속도도 과거와 달리 무척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포차를 하는데, 그 포차에서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고 저 초록병은 대체 무엇이냐는 관심이 일본 내에서 커졌다"며 "일본 내 과일 소주 열풍이 불었다"고 했다.
그는 "달콤한 과일향을 첨가한 이른 바 과일소주는 일본의 '레몬사와'같은 칵테일류와도 맛이 비슷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과실주를 담는 2~3리터짜리 대용량 소주밖에 유통되지 않고 있었다"며 한국 주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다.
실제 신주쿠, 시부야, 긴자 등 도쿄 내 주요 거리의 편의점을 다녀보면, 한국에도 없는 딸기맛, 메론맛 등의 과일소주가 냉장 매대에 전시돼 있다.
한국 소주가 위스키 등 자주 팔리지는 않는 고가 주류가 주로 전시된 일반 매대가 아니라 맥주 등 다른 음료와 함께 냉장 매대에 전시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전율이 높고 잘 팔리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장 본부장은 "코로나19는 일본 내에서 한국 식품이 확산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정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고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넷플릭스 등으로 한류 드라마를 접하고, 한국 음식을 꺼리던 이유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가령 일본에서 유통되는 '절임'식 김치가 아니라 한국식 발표 김치는 마늘냄새가 나서 낮에는 잘 안 먹고 저녁에나 먹었다"며 "재택을 하니 이를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은 때에 먹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주로 라면 가운데서도 컵라면을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집에서 조리하는 기회가 늘어나다보니 한국식 봉지라면에 계란, 치즈 등 토핑을 넣어먹는 것이 유행해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일본 젊은 층에서는 매운 맛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게 장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라면이 그냥 맵다기보다는 맵고 감칠맛도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T는 올해부터 한국 식품의 '프리미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 한국 식품들을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능성 표시 식품이란 정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사업자가 식품의 안전성과 몸에 미치는 효과(기능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 등 필요한 사항을 준수한 제품들을 의미한다.
장 본부장은 "한국 깻잎, 당조고추, 파프리카, 대상의 홍초, 들기름, 배추김치 등이 기능성 표시식품으로 등록돼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고자 한다"며 "안전성을 기반으로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일본 식품들과의 차별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