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쯤 푸르밀에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를 납품하다 한순간에 거래처를 잃게 된 낙농가들과 대화에 나선 사람은 신동환 푸르밀 대표도, 신준호 푸르밀 전 회장도, 김재열 푸르밀 부사장도 아닌 오태한씨였다.

오씨에게 신 대표가 낙농가들과의 대화를 피하고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가) 젊은데 이런 난관을 처음 당해서 쇼크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의 지시로 푸르밀 영업 종료에 따른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오태한씨(가운데 백발)가 신동환 회장을 만나야겠다며 푸르밀 본사 찾은 낙농가들과 25일 대화 중이다./이민아 기자

신 대표를 만나야 겠다며 푸르밀 본사 안에 진입한 농민들을 오씨가 회의실로 불러들였으나,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농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상옥 임실낙우회 회장은 "건설회사 임원을 데려다 놓고 최고 임원이라며 만나라고 하는 건 낙농가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의 말대로 백발이 성성한 오씨는 푸르밀 직원이 아니다. 아직 정식 인사도 나지 않아 낙농가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시점에는 푸르밀 소속이 아닌 상태였다. 오씨는 "내부적으로 회사의 사업 종료 업무 총괄하라는 지시가 있어 이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르밀 직원들도 오씨의 존재를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푸르밀 관계자에 따르면 오씨는 신 전 회장이 롯데건설에서 일할 때부터 곁에서 일했던 측근으로 대선건설의 감사직을 맡고 있다. 푸르밀 관계자는 "(신준호 전) 회장님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라며 "대표이사의 동의 하에 회장님에게 직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 온 낙농가들이 푸르밀의 영업 종료 통보에 반발하면서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에서 11시 40분부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낙농가가 보유한 원유 쿼터를 푸르밀이 인수하고 약 250억원의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의 지시로 푸르밀 영업 종료에 따른 비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오태한씨(가운데 백발)가 신동환 회장을 만나야겠다며 푸르밀 본사 찾은 낙농가들과 대화를 마치고 본사에서 나오고 있다./이민아 기자

이들은 신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한다는 내용 증명을 회사로 전날인 24일 보내기도 했지만, 신 대표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오씨는 "먼 길을 올라온 사람(낙농가)을 그냥 보낼 수는 없고, 누군가는 상대를 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일단 회사 임원이 아무도 없어서 대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날 오전 집회를 위해 상경하던 낙농가들의 전화를 받고도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윤홍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신 대표와 오전에 전화를 했는데, '아무런 대안이 없다면서 대안을 먼저 만들고 다음에 만나자. 지금은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그가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다시 전화를 했더니 전원이 꺼져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