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350명이 넘는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한 푸르밀의 신준호 전 회장이 회사와 상관없는 개인 부동산 관리를 직원들에게 시켜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기 직전이었던 직원들을 동원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법적 책임은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 /조선비즈DB

2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회장은 지난 8월까지 푸르밀 총무부 일부 직원들에게 '청정양식장'이라는 개인 회사의 공과금 납부과 회계 장부 작성 등 재무 관리 일체를 맡기고 수시로 보고 받았다.

신 전 회장은 롯데햄·우유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 일대19만4524㎡(5만9000평) 부지를 매입한 뒤 2019년 육상해수양식어업 허가를 받아 새우 양식을 하고 있다.

푸르밀 일부 직원들은 표면적으로는 새우 양식장이지만 사실상 신 전 회장 개인 부동산 관리업체에 해당하는 '청정양식장' 업무를 수년 전부터 해왔으며 작년 말 신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해왔다.

특히 올해 회사 경영이 급속히 어려워져 전사 차원의 명예퇴직을 단행하던 시기에도 직원들은 본업과 전혀 상관 없는 청정양식장 관리 업무를 계속 해야 했다.

조선비즈가 20일 방문한 신 전 회장 소유 토지에는 새우 양식을 위한 비닐하우스와 용수 공급 시설, 인부들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컨테이너 등이 마련돼 있었다.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 소유 토지에 마련된 새우 양식장. / 화성=양범수 기자

인근 밭에서 깨를 털던 한 주민은 기자에게 "롯데에서 나왔냐"고 물었다. 그는 "이 일대는 다 롯데 땅"이라며 "오랫동안 염전을 해서 소금을 나눠주다가 꽤 오래 전에 새우 양식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식장은 위탁 받아서 운영하는 사장이 3~4명의 직원을 고용해 꾸려가고 있었다. 3년째 이곳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회사 땅을 사장님이 맡아서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땅을 갖고 있는) 회사 직원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 사장님이 맡아서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사장님이 와서 일해 달라고 하면 와서 일하고 이맘때쯤 일을 마치면 떠났다가 사장님이 부르면 다시 오곤 한다. 월급도 사장님으로부터 받는다"고도 했다.

직원들이 머무는 컨테이너가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책상 위에는 사장님으로 불리는 A씨 명의의 새우 거래명세서가 놓여있기도 했다. 연간 약 300만마리를 생산한다고 한다.

신 전 회장이 염전, 양식을 통해 생산한 소금과 새우는 푸르밀 주력 상품인 유제품과 관계가 없다. 푸르밀 측도 "청정양식장은 신준호 전 회장 개인 사업"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오너 개인사업 업무를 회사 직원들에게 맡긴 것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는 "배임죄에 해당하려면 직원들이 자기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그건 아닐 것"이라며 "사적 이익을 챙기면서 회사를 망하게 한 사례지만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염전 공시지가 주변의 절반…각종 세금 줄고 비과세 혜택도

전문가들은 신 전 회장이 부동산 투자 목적에서 경기도 화성시 일대 염전을 매입한 뒤 절세를 위해 염전과 새우 양식을 계속했을 것이라고 봤다. 신 회장이 땅을 산 2002년은 저금리와 각종 개발계획 추진에 힘입어 토지 거래량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던 부동산 호황기였다.

신 전 회장이 매입한 토지 대부분의 지목이 염전이다. 염전은 모든 지목을 통틀어 가장 공시지가가 낮게 형성되는 곳이다. 2002년 신 전 회장이 매입한 염전의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9000원대로 인근 전·답·임야의 절반 수준이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취득세·재산세 모두 낮게 적용되고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

국세청 출신 김영찬 세무사는 "매년 재산세를 부과할 때 지자체에서 해당 토지가 지목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지목이 염전인데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는다면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돼 재산세는 올라가고 양도세가 중과된다.

김 세무사는 "어업에 종사함으로서 종합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어민이 부업으로 경영하는 양식어업에서 발생한 소득은 소득세법상 농가부업소득으로 3000만원까지 비과세 된다.

어업종사자를 위한 상속·증여·양도소득세 감면 규정이 있지만 신 전 회장이 직접 양식을 하고 있거나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아 적용 받지 못한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는 "롯데그룹 출신 오너가 감당 못할 정도로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컸다기 보다는 빈땅을 투기 목적으로 샀다는 사회적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 양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경기 화성에 운영하는 새우 양식장의 모습. /화성=양범수 기자

◇ 신준호 전 회장, 염전 투자로 20년 만에 153억 이익… 투자금의 10배

신 전 회장은 해당 토지 매입으로 현재 153억원에 가까운 부동산 평가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신 전 회장이 매입한 매화리 일대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당시 1㎡당 평균 8791원이었지만,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8만2677원이다. 20년 만에 10배 가깝게 뛴 것이다.

개별공시지가 기준 신 전 회장의 토지 매입가는 16억~2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땅의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169억원에 이른다. 신 전 회장은 평가 차익으로만 153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거둔 셈이다.

신 전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양식장 인근 주민은 "아직도 화성에서 가장 땅값이 싼 지역이 이곳"이라며 "최근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이 땅도 공장으로 개발된다면 다 돈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신 전 회장이 보유한 양식장 부지에서 불과 15m폭 도로를 사이에 둔 곳에 있는 한 공장 부지의 개별공시가격은 1㎡당 29만5800원으로 신 전 회장이 보유한 토지들의 평균 공시지가 3.6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