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일방적인 사업 종료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푸르밀이 올해 초 생산 합리화를 통한 경영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전사적인 명예퇴직을 단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사 측은 명예퇴직 대상자들을 상대로 잦은 면담을 진행하며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푸르밀은 지난 2월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전사적 명예퇴직 방안을 확정하고 7명의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임실의 푸르밀 전주공장과 대구 달성의 푸르밀 대구공장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회사 측은 해당 계획을 통해 연간 수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명예퇴직은 대표이사의 승인 하에 20여명의 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뤄졌으며, 퇴직자들은 지난 3~5월 퇴사했다.
회사 측은 당시 명예퇴직에 대해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도와달라'는 취지로 설명했으며, 명예퇴직 단행 이후 대표이사 명의의 위기 극복 메시지를 발표하고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생일자 휴가, 가정의날 등의 복지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명예퇴직 단행 당시 회사 측이 대상자들을 상대로 매일같이 면담을 진행하면서 명예퇴직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예퇴직 대상자들은 주로 20년 이상 근무한 고연차 직원들 위주로 선정됐으며, 회사 측이 이들을 매일같이 불러 "당신들이 버티고 있으면 젊은 후배 직원들이 자리를 잃게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어려우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명예퇴직 대상이 된 선배들이 출근하면 곧바로 면담이 매일같이 이뤄졌다"면서 "오죽하면 제가 그 사람들 데려다 면담하지 좀 말라, 명예퇴직은 본인들이 선택해야하는거지 왜 압박을 하느냐고 회사 측에 요구하기까지 했겠냐"고 했다.
그는 또 "명예퇴직이 시행될 당시에는 회사가 문을 닫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며 명예퇴직을 받아낸 회사가 갑작스레 이렇게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푸르밀 관계자는 "올해 초 전사적인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7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명예퇴직을 받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이 단행한 전사적인 명예퇴직이 사업종료로 전 직원을 해고하기 전 법적으로 '해고회피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돼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고회피노력에는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 활용 ▲전근 등의 조치가 포함되는데 이를 위해 명예퇴직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방안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해고 최후수단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명예퇴직을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푸르밀이 정리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했더라도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에는 '노사간의 협의'가 있다"면서 "협의를 통해 정리해고 대상자 및 선발 기준 등을 정하도록 돼있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어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근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동환 대표이사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회사의 모든 임직원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푸르밀의 직원 수는 35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