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 창업주 동생인 신준호 회장 일가가 운영해 온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일방적인 사업 종료로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유통사와 군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배상액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조선비즈가 단독 입수한 푸르밀의 거래종료 일정 문서에 따르면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가 발표한 11월 30일 사업을 종료할 경우 CJ프레시웨이(051500), CJ푸드빌, 국군복지단, 군지사 등 30여개 관계사와 공급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푸르밀은 국군복지단과 내년 12월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최소 4억8000만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공급 불가에 대해서도 국군복지단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밀은 또 롯데제과 등을 통해 바나나우유와 컵커피 등을 육군 부대에 납품하고 있는데, 해당 계약에서도 사업 종료로 남은 기간 납품을 하지 못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당 계약은 내년 3월 말까지 남아있는데, 11월 말 사업을 종료할 경우 3억2200만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밖에도 푸르밀은 다수의 군납 대행업체와 내년 3월 말까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데, 사업을 종료할 경우 대행업체별로 재고 회수 비용 및 반품 비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비용에 대해 정확히 추산이 어려운 만큼 배상액은 더 커질 수 있다.
군납 계약 외에도 단체 급식업체 등 다른 업체와 맺고 있는 계약도 배상이 필요하다. 푸르밀은 CJ푸드빌과 지난 1월 계약을 맺어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상태로, 예정대로 사업을 종료할 경우 12월분 매출 약 4억3000만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CJ프레시웨이와도 지난 5월 계약을 맺어 내년 2월 28일까지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로, 회사 측은 오는 11월 말 사업을 종료할 경우 최소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당 배상액은 푸르밀이 지난달 CJ프레시웨이와의 계약을 통해 올린 매출액 3억3500만원을 기준으로, 사업 종료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을 때 남은 계약기간인 약 3개월에 대한 손해분을 추산한 것이다.
다만 '공급자의 고의 과실로 사전에 약정된 물량 공급을 거부해 구매자가 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을 경우 초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추가 배상을 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CJ프레시웨이가 손해액을 산정하는데 따라 월별 매출액 전체를 손해액으로 잡고 배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푸르밀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SPC그룹, 롯데GRS, 롯데제과 등과 공급 계약이 남아있다. 현재로선 손해 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피해보상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푸르밀과 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와 기관들은 법적 절차 검토에 들어갔다. A업체 한 관계자는 "법무팀에서 법적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며 "푸르밀을 통해 공급받던 물량을 다른 업체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개별 계약에 대해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계약 기간이 남은 업체가 도중에 도산하는 등의 특수 조건에서의 손해 배상에 대해 계약 사항에 명시가 돼 있어 군이 손해를 보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동환 대표이사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회사의 모든 임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푸르밀의 직원 수는 354명에 이른다.
푸르밀 관계자는 "해당 배상액 수치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산된 것으로 관계사의 손해액 산정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