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 창업주 동생인 신준호 회장 일가가 운영해 온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갑작스레 사업 종료를 발표하면서 유통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푸르밀이 기존에 자체 브랜드(PB) 상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와 납품 계약이 남아있는 군 측에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8일 업계 및 푸르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푸르밀은 복수의 유통 업체 및 군부대와 오는 12월 말까지 제품 공급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인 11월 30일 보다 한 달은 더 계약 기간이 남은 셈이다.
이마트(139480)는 푸르밀과 협업해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 '노브랜드 초코우유' 등 9개의 PB 상품을 생산해 판매 중이다.
특히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의 경우 전량을 푸르밀에서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 달 판매량이 40만팩을 넘어 이마트의 전체 우유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푸르밀에서 '홈플러스 시그니처 하루 한 컵 생크림 요거트', '홈플러스 시그니처 마시는 유산균' 등 5종의 PB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들도 푸르밀에서 PB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헤이루 초코 프렌즈 우유'와 '헤이루 바나나 프렌즈 우유' 2종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도 푸르밀을 통해 '하루e한컵 우유'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푸르밀과 PB 상품을 협력 중인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면서 별도의 통지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편의점 업체 한 관계자는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면서 "차후에 행여 푸르밀이 정상화한다고 해도 이미 한차례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발표한 만큼 계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 새 제조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 마트 관계자도 "우리 MD가 푸르밀 측에 연락을 해 해당 내용을 확인했을 뿐 사업 종료와 관련해서는 어떤 공문도 주고받은 것이 없다"면서 "당장 문을 닫겠다는 것은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른 협력사를 찾아보겠지만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푸르밀 측도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푸르밀 관계자는 "PB 상품 공급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지기에 대부분의 계약 기간이 최소 올해 연말까지는 남아있다"고 했다.
푸르밀은 공장이 있는 전북 임실 인근의 군부대에 유제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해당 계약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도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가 통보돼 PB 상품 관련 계약은 물론 군 납품 계약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경영진이 이날 해고를 통보받은 직원들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취지로 사업 종료와 관련한 뒷처리도 지시했는데, 모든 직원들이 당황해하고 있는 상황이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푸르밀은 전날(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동환 대표이사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회사의 모든 임직원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푸르밀의 직원 수는 35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