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KCON(케이콘) 2022 JAPAN(재팬·일본)’이 열린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의 컨벤션장.

무료로 개방한 컨벤션장에 설치된 CJ제일제당(097950)의 ‘비비고’ 부스에는 족히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비비고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군만두를 고추 마요네즈 소스를 얹어 나눠주고 있었는데, 이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가 가득했다.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시작한 케이콘은 CJ ENM(035760)이 해마다 미국 LA·뉴욕, 일본 도쿄 등에서 개최해 온 행사다. K팝 공연과 결합한 컨벤션을 통해 한국의 음식, 뷰티 등 한국 문화의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이다.

15일 케이콘 비비고 부스에 몰려든 인파./도쿄=이민아 기자

◇하루 3000명씩 3일간 만두 먹으러 비비고 부스 찾아

케이콘을 앞두고 아리아케 아레나에 모인 일본인들은 대개 10대, 또는 20대의 K팝 팬들이었다. 이곳은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공간이었다.

비비고 부스 앞에서 만난 임경일 CJ제일제당 일본법인장은 “케이콘이 열리는 기간 동안 비비고 만두의 인기도 매우 좋았다”며 “사흘간(14~16일) 하루에 약 3000명이 부스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혼잡한 컨벤션장에서 “비비고 야바이(비비고 쩔어)”라는 한 여성의 말이 들리기도 했다. 만두를 담은 컵을 손에 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먹고 있었다. 비비고 옆에 설치된 푸드트럭은 ‘홍대 포차’라는 한글 간판을 걸고 떡볶이와 김밥, 닭강정 등을 팔고 있었다. 한국식 치킨을 팔고 있는 푸드트럭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아다치 사나(17·여)는 “그냥 지나치려다 냄새가 너무 좋아서 기다려서 비비고 만두를 받았다”며 “광고에서 비비고를 많이 보기는 했었는데 먹어보는 것은 오늘 처음이다. 맛있어서 놀랐고 앞으로도 사먹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심의 신라면을 즐겨먹는다”며 “너무 매워서 계란, 치즈 등을 넣어서 먹지만 너무 맛있어서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CJ ENM이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개최한 '케이콘 2022 재팬'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일본 사람들. /도쿄=이민아 기자

케이콘에서 만두를 먹던 우치다 하나(17·여)는 “신오쿠보(일본 도쿄 내 최대 한인 타운)에 밥을 먹으러 친구들과 자주 가는 편이고, 학교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어서 자주 간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샤이니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을 정말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한국 음식도 자연스레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타마에서 왔다는 오다지마 나오키(23·남)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닭한마리”라며 “K팝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에 관광을 가게 됐고, 한국 음식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쿄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카이데 마츠무라(25·여)도 “떡볶이와 김밥, 삼겹살, 치킨, 김말이를 좋아한다”며 “친구와 자주 신오쿠보를 찾아 한국 음식을 즐긴다”고 말했다.

16일 도쿄 신오쿠보 거리의 한글 간판과 한국 연예인들의 얼굴이 담긴 기념품/도쿄=이민아 기자

◇한인 타운 신오쿠보, 일본 청년층 몰리는 번화가로 떠올라

케이콘에서 만난 일본인들이 공통점으로 한국 음식을 자주 먹으러 간다고 꼽는 지역은 신오쿠보였다. 신오쿠보는 최근 2~3년 사이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이 주도한 ‘3세대 한류’ 열풍과 맞물려 도쿄의 핵심 상권 가운데 한 곳으로 떠올랐다.

17일 오후 3시쯤 전철 야마노테선(線)의 신오쿠보역에서 내렸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무척 북적였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네네치킨’ ‘남대문 김밥’ ‘청년다방’ ‘못난감자’ ‘쭈꾸미랑 닭갈비’ ‘돼지니랜드’ 등 한글로 적힌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즐비했다. 덥지 않은 날씨에도 빙수 가게인 설빙 앞에는 대기 인원이 8명 서있었다. 거리에는 10대,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고 있었다.

신오쿠보 거리에는 초입부터 한류 스타들의 사진이 들어간 부채, 포스터, 앨범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성업 중이었다. 방탄소년단, 아이유 등 가수들 뿐 아니라 박보검, 서인국, 박서준, 지창욱, 이민호 등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주인공들의 얼굴이 인쇄된 부채가 길거리 가게들 곳곳에 놓여있었다. 좁은 가게 안에서 여고생들은 가게에서 부채를 집었다, 놨다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같은 거리에 있는 또 다른 가게는 메디힐, 네이처 리퍼블릭, CNP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들여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제작에 참여한 라인프렌즈 캐릭터 ‘BT21′ 인형들과 더불어 이곳에도 한국 가수들과 한국 배우들의 사진을 인쇄한 각종 기념품을 팔았다.

시부야역 할인 잡화점 '메가 돈키'에서 판매하는 한국 과일소주. 한국에는 없는 맛도 많다./도쿄=이민아 기자

2019년 말부터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일본 젊은 층이 신오쿠보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신오쿠보는 주로 한국 교포들이 찾는 곳이었는데, 한류의 영향으로 지금은 도쿄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으로 부상했다.

장서경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 본부장은 “과거 겨울연가로 1세대 한류 붐이 일었을 때는 40~60대가 신오쿠보를 찾았지만, 최근 2~3년 사이 한류 팬들의 연령대가 매우 낮아지며 신오쿠보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 클라쓰에서 주인공들이 소주를 따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저 초록색 병은 무엇이냐’는 일본 시청자들의 관심이 일본 내 과일소주 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