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KCON(케이콘) 2022 JAPAN(재팬·일본)'이 열린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 1만3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MC 황민현(가수 겸 배우)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일본 소녀팬이 일본 보이그룹 '아이앤아이(INI)'를 향해 수줍게 "사랑해요, 정말 좋아해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공연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INI가 나타나 "우리도 사랑해요"라고 답했고, 소녀팬은 비명을 질렀다.
INI는 CJ ENM(035760)이 한·일 공동으로 만든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원오원 재팬 시즌2' 최종회를 통해 지난해 11월 결성된 그룹이다.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다. 14~16일까지 총 3일간 열린 케이콘에서 첫날인 14일 첫 무대를 INI는 CJ ENM 산하 연예 기획사 소속의 한국 아이돌 그룹 TO1과 함께 꾸몄다.
공연장에서 들리는 환호, 탄성, 열기에서 이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INI와 티오원(TO1)이 한 번에 뒤로 쿵 떨어지는 동작을 하자 관객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INI는 당초 K팝에 관심이 적었던 일본인들마저 케이콘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날 K콘을 찾은 아유 다스네(22·여)는 "원래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잘생긴 INI를 보러 오늘 왔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일본서 열린 케이콘…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
객석에서는 노랑, 빨강, 보라, 파랑, 하양 등 각기 다른 색의 응원봉을 든 팬들이 가수들의 노래에 박자를 맞춰 응원봉을 흔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금지된 함성을 대체하듯, 리듬이 빨라지면 더 빠르게, 강렬한 베이스 소리에는 더 큰 폭으로 응원봉들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마치 바다에서 윤슬이 일렁이는 것처럼 응원봉의 움직임이 공연장을 반짝이며 채웠다.
하루에 1만3000명씩 총 3만9000명의 관객이 케이콘을 관람하기 위해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를 찾았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케이콘으로, CJ ENM의 '엠넷(Mnet)' 채널과 유튜브, 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서비스들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연장 밖에 조성된 컨벤션장에서 관객들은 네이처리퍼블릭의 화장품과 CJ제일제당(097950)의 만두 '비비고' 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부스를 체험하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부스마다 30명 이상 줄을 서서 대기하고 샘플 증정, 시식 이벤트에 참여했다.
공연을 앞두고 아리아케 아레나를 찾은 관객들은 행사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가수 '조유리'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부채를 6개나 손에 쥔 한 여성 팬은 공연장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연준(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이라고 적힌 부채를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도쿄에 거주하는 직장인 히카리 도미사와(26·여)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을 좋아한다"며 "K팝 아이돌은 노래나 외모뿐 아니라 연예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유머러스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둘째 날인 15일에는 공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인 오후 4시쯤부터 컨벤션장에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군만두를 두 개씩 시식할 수 있는 부스를 지나자, "비비고 야바이(やばい·쩔어)"라고 외치는 일본 여성들의 감탄 섞인 말이 들려왔다. CJ 푸드 재팬 관계자에 따르면 3일간 하루에 약 3000명이 이 부스를 찾았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인데 한국어 노래… INI·JO1·OCTPATH에 열광
이번 케이콘에는 CJ ENM이 일본에서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통해 발굴한 K팝 스타일의 일본인 보이그룹인 INI, 제이오원(JO1), 옥토퍼스(OCTPATH) 등이 참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JO1은 CJ ENM이 지난 2019년 제작한 '프로듀스101 재팬 시즌1′의 최종화를 통해 결성된 그룹이다. 옥토퍼스는 '프로듀스101 재팬 시즌2′에서 시청자 투표를 통해 선정된 1~11위 외에도 주목받았던 연습생들을 모아 결성한 보이 그룹이다.
이들은 전원이 일본인이고 일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지만,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3~4곡 가운데 한국어 노래를 한 곡씩 했다. JO1의 노래에서는 "이 공간을 사로잡는 자유로운"이라는 한국어 가사가 들리기도 했다.
멤버들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일본 보이그룹 스타일 대신 한국 보이그룹 스타일의 짧은 댄디컷으로 머리를 했다. 일본어로 된 곡들도 가사를 자세히 듣지 않았다면 "한국 보이그룹 노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들이 등장하자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보던 일본 관객들이 벌떡 일어나 응원봉을 세차게 흔들었다. 공연 시작 전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함성을 자제해달라"는 안내가 있었던 터라 객석이 조용했지만, 이들이 등장하자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객석 이곳저곳에서 "꺄악"하는 비명 소리가 잇달아 새어 나왔다.
◇50명 관객과 함께 '러브 다이브' 무대 오른 아이브
르세라핌·엔믹스(14일), 뉴진스·아이브(15일), 케플러(16일) 등 올해 큰 주목을 받는 신인 걸그룹들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사이타마에서 온 오다지마 나오키(23·남)는 "르세라핌, 아이브, 뉴진스를 정말 좋아한다"며 "1년 전 한국 걸그룹에 빠지게 되면서 한국도 자주 찾고 한국 음식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쿠라, 카즈하 등 일본인 멤버가 둘 있는 5인조 걸그룹 르세라핌의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의 도입부가 흘러나오면서 '밤 밤 밤'하는 소리가 쿵쿵 울렸다. 관객들은 벌떡 일어났다.
한 관객은 일행의 손을 붙잡고 "에에" 소리를 치며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엔믹스의 한 멤버가 양 볼에 손가락을 대고 '얼굴 하트'를 할 때는 객석에서는 "크윽…"이라는 감탄사도 흘러나왔다.
15일 케이콘의 하이라이트는 장원영, 안유진 등이 소속된 걸그룹 아이브가 50명의 팬과 함께 자신들의 히트곡인 '러브 다이브(LOVE DIVE)'로 '드림 스테이지'를 꾸민 것이었다.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팬들은 이날 아침 8시부터 현장 오디션을 치렀다.
CJ ENM 관계자는 "선발된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아이브가 등장하자 관객석이 술렁이며 "히익" "꺄악"하는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휘파람 소리가 "휘익"하고 크게 들리기도 했다. 50명의 팬이 "숨 참고 러브 다이브"라는 가사에 맞춰 포인트 안무를 정확하게 살리며 무대를 즐겼다.
이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함성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에서는 열광적인 응원 소리가 이어졌다. MC 황민현이 한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그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을 향해 "혼또니 스키데스(ほんとうに すきです·정말 좋아해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케이콘 재팬 1일 차인 14일엔 INI, TO1, TNX, OCTPATH, 르세라핌, 엔믹스, 비비지, 몬스타엑스 기현 등이 포문을 열었다. 15일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ATBO, 뉴진스, DKZ, 프로미스나인, 아이브, JO1 등이, 16일에는 니쥬, 브레이브걸스, 에이티즈, 조유리, 케플러, 템페스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