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재료를 사용했는데, 맛까지 있네요."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트 전시장에서 열린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SIAL 2022)'는 전 세계 혁신 식품의 경연장이었다. 이탈리아의 콜리플라워 파스타면, 히비스커스에서 얻은 한국의 식물성 콜라겐, 올리브로 만든 스페인 맥주 등이 25만㎡(약 7만5600평) 전시장에 망라됐다.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트 전시장에서 열린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SIAL 2022)'. /배동주 기자

SIAL은 1964년 개최를 시작으로 2년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박람회다. 식품의 제조부터 유통과 소비까지 식품 산업 전반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사업 기회를 찾고 성장을 가속하는 기회의 장으로 통한다. 전 세계 농수산물과 음식이 소개돼 왔다.

올해 SIAL은 2018년 SIAL 2018 이후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예정됐던 SIAL 2020이 취소됐다. 올해는 2018년 대비 200곳 늘어난 7200개 업체가 참여했다. 참여국은 전 세계 120개국이었다.

◇ 파스타면, 식품 소재, 디저트에까지 식물성 대체 원료

'프랑스관', '독일관', '한국관' 등 국가별 전시관과 '육류 및 어류', '유제품' '음료', '향신료', '과일 및 채소' 등 19개 부문 전시로 구성된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대체 식품이었다. SIAL에 따르면 전체 출품 제품 중 24%가 기존 원료를 바꿔 제조한 대체 식품이었다

니콜라 트랑트소 SIAL 네트워크 총괄 디렉터는 "1998년 SIAL에 콩에서 추출한 단백을 사용해 만든 콩 스테이크로 처음 등장했던 대체 식품은 이제 고기를 넘어 식품 전 영역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파스타 면에 유제품, 식품 소재, 디저트에까지 대체 원료가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를 찾은 한 바이어가 대체 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이탈리아 식품 제조사 드안젤리스푸드와 프랑스 유제품 제조기업 올가는 각각 콜리플라워를 사용한 파스타 면과 식물성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 대용품을 선보였다. 프랑스의 디저트 제조 기업 트라이옴페는 치커리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무설탕 솜사탕 제품을 내놨다.

한국의 콜라겐 개발업체 로가가 낸 '식물성 콜라겐'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가의 식물성 콜라겐은 무궁화과에 속하는 히비스커스에서 콜라겐 성분을 추출한 식품 소재다. 어류에서 추출하는 동물성 콜라겐과 달리 비소나 수은 등 중금속이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녔다.

◇ 대체식·건강식…맛과 형태, 식감에 모두 탁월 평가

건강을 중시하는 제품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특히 글루텐을 포함하지 않은 '글루텐 프리'를 내세운 제품이 많았다. 글루텐은 밀·호밀·보리 등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로 쫄깃한 식감을 주지만, 소화기질환, 자가면역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에 출품된 올리브 맥주 '올리바 그린 비어'. /배동주 기자

글루텐을 제외한 글루텐 프리 디저트가 디저트 전시관을 대거 채웠고, 음료관엔 곡물을 사용하지 않은 올리브 맥주 '올리바 그린 비어'가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리바 그린 비어는 스페인 기업 팔라스 쥐사가 낸 맥주로 보리나 밀 대신 올리브를 사용하는 식으로 글루텐을 뺐다.

팔라스 쥐사 전시 부스를 찾은 한 바이어는 "건강하면서도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 4년을 기다려 SIAL을 찾았다"면서 "파스타나 빵 등에서 글루텐 프리는 이제 완전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 맥주에선 그렇지 못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SIAL의 유일한 아시아 심사위원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동안 대체 식품이나 건강식은 맛보다 환경 피해 감소, 건강 등 목적에만 부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 출품된 제품들은 맛과 형태, 식감의 측면에서 놀랄 만한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 "혁신과 먹는 즐거움 모인 세계 최대 식품 쇼핑몰"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도 전시장 곳곳을 꿰찼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병에 담긴 우유(프랑스), 탄산음료라는 이름을 단 손가락 두 마디 크기 작은 병도 나왔다. 병에 담긴 분말을 물에 섞으면 탄산음료가 되는 식으로 플라스틱병 사용량 자체를 줄였다.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 태국관에서 열린 요리쇼. /배동주 기자

이외에도 SIAL 2022는 전시장 부스 천장에 걸린 하몽, 진열대를 채운 소고기와 채소, 과일 등 갖가지 식재료로 보는 눈을 즐겁게 했다. 국가관 앞에선 주요 식재를 활용한 요리쇼가 이어졌다. 세계 각국 식재료가 한자리에 모이는 '유럽의 주방'이란 별칭을 실감케 했다.

트랑트소 총괄 디렉터는 "SIAL은 미래 식탁을 보여주는 혁신의 공간임과 동시에 전 세계의 음식을 한 곳에선 만나는 세계 최대 규모 식품 쇼핑몰"이라면서 "먹는 즐거움은 여전히 음식 선택의 핵심 가치로 혁신과 맛을 통해 얻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