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주류시장 미국의 권위 있는 주류 경연대회에서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수상에 성공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뉴욕 세계주류경연대회(NYWSC·New York World Wine and Spirits Competition)를 주최한 테이스팅 얼라이언스(Tasting Alliance)는 증류주(Spirit) 부문에 출품한 ‘유선생 소주(Mr.Yu Soju)’에 은메달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뉴욕 세계주류경연대회는 일반 기업 후원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대다수 주류경연대회와 달리 실제 주류업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재단이 매년 여는 행사다. 무더기로 수상작을 남발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청렴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 때문에 국제 주류시장에서는 같은 단체가 치르는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경연대회(SFWSC)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올해 대회 심사 대상에 오른 증류주 5000여종 가운데 상을 받은 술은 총 676종으로 13%를 살짝 웃돌았다. 이 가운데 최상위 더블골드 제품과 차상위 금메달 제품을 제외하면 은메달을 받은 제품은 상위 7%에 속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유선생 소주는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국적으로 상을 받은 유일한 증류주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토끼(Tokki)’가 소주 부문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유선생 소주는 미국 주류 도매상에서 20년 넘게 일한 한국계 미국인 브라이언 유(Brian Yu)가 올해 처음 선보인 술이다.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술이지만, 저렴한 미국산 쌀 대신 100% 전라북도산 쌀과 토종 효모를 이용해 한국에서 빚는다. 방부제나 합성 보존제는 넣지 않는다.
브라이언 유 대표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소주는 한국에서 한국 쌀로 만들어야 진정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판단했다”며 “증류 과정을 한번만 거치는 경쟁 제품들과 달리 두 번 증류해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중 증류는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한 양조 기법이다. 처음 증류할 때 걸러지는 ‘초류(head)’ 뿐 아니라 한 차례 더 증류하면서 나오는 ‘후류(tail)’를 분리하기 때문에 불순물이 줄어든다. 머리와 꼬리를 제외한 몸통만 병에 담는 셈이다. 이 방식은 깨끗한 향과 맛을 내고, 숙취도 줄어든다. 대신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효율 역시 떨어진다.
유선생 소주는 알콜 도수가 20도로 증류식 소주 치고 낮은 편이다. 대신 가격이 375밀리리터 1병 기준 미국 현지 리테일가 기준 10~15달러(약 1만4000~2만원) 수준으로 증류식 소주 가운데 저렴하다. 현재는 미국 뉴욕주(州) 내 일부 마트와 주류 전문점, 레스토랑에서만 만날 수 있다. 국내 판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브라이언 대표는 “미국 소비자들이 음식과 함께 소주를 즐기려면 20도 정도가 혀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가장 적절한 도수라 생각했다”며 “아이리시 위스키 아카데미와 오리건주립대 양조 과정(Distillery Course)을 수료하며 적합한 양조 기술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봄 무렵 향을 입힌 제품과 도수를 높인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서민의 술’이었던 소주는 최근 미국에서 ‘코리안 보드카’로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껑충 뛰었다. 할리우드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한국계 에바 차우 같은 영향력 있는 스타까지 직접 나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최대 주류배달 플랫폼 드리즐리는 올해 내놓은 소비자 리포트에서 소주를 ‘작지만 급성장 하는 카테고리’라며 ‘뉴욕·보스턴·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Z세대(1990~2000년 사이 태어난 소비자) 가운데 위스키·보드카 보다 도수가 낮은 15~25도 사이 주류를 찾는 소비자(Lower AVB seekers)에게 소주 선호도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주류 시장에서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는 시장 비율은 0.1%에서 0.2%로 100% 성장했다. 드리즐리는 2025년까지 이 비율이 0.4%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