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유(原乳·우유 원료) 가격을 정하기 위한 낙농가와 유업체들의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현재 1리터(L)당 2700원대 중반인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을지 주목된다.
국내 우유 가격은 특수목적 법인인 낙농진흥회(생산자·유업체·정부·소비자·학계 등 이사진 15명)에서 매년 협상을 통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고 이 가격을 유업체·낙농가가 따르는 식으로 정해진다.
통상 제품 가격이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것과 달리 생산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오르면 원유 가격에 반영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변동된다.
이 방식이 낙농가에는 도움이 됐으나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윳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가격 결정체계를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흰 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 생산에 쓰는 것)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당초 반대하던 낙농가가 제도 개편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올해 원유 가격 결정을 두고는 정부와 낙농가 입장이 여전히 갈린다.
양측이 정한 가격 결정시한(10월 15일)이 불과 2주 남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낙농가에선 올해도 생산비 연동제를 따르자고 주장한다.
이 경우 원유 가격은 생산비 인상분의 ±10% 범위에서 정해진다. 올해 원유 가격이 L당 47∼58원 오를 수 있고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이 최대 500원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양측은 내달 15일까지 협상을 마치기로 합의했으나 기한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낙농가의 생산비가 급등한 만큼 원유 가격 상승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