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을 직접 손질해보는 건 처음이라 낯서네요. 그래도 강사님이 1:1로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2주 뒤엔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BBQ 신규 점포를 준비 중인 22세 최다인 씨)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 치킨대학 실습장에선 12명의 학생들이 한 손엔 가위를, 다른 손엔 생닭 조각을 잡고 씨름중이었다. 생닭에 붙은 불순물을 일일이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대상 수업이라고 해서 은퇴한 50대 이상이 주를 이룰거라 예상했지만 20~3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BBQ가 2020년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 포장·배달 전문매장 ‘BBQ 스마트 키친(BSK)’을 선보이면서 젊은 창업주가 부쩍 늘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 교실을 방불케 하듯 학구열이 뜨거웠다. 생닭을 처음 만져본다는 20~30대부터 그동안 손질된 닭만 요리해 불순물 제거가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는 60대까지 모두 강사 말에 집중하며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치킨대학은 BBQ 예비점주라면 예외없이 거쳐야 하는 2주 과정 교육기관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이사회 의장이 “프랜차이즈 사업은 곧 교육사업”이라는 철학으로 1995년 서울 구의동 사무실 한층에 교육시설을 마련한 게 시초다.
현재는 경기도 이천 10만평 부지에 강의실, 실습시설, 숙소와 치킨 레시피 연구개발을 하는 석·박사들이 모인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이 있다.
이곳은 BBQ가 세계 57개국에 500개 점포를 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이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어느 점포에 가도 같은 맛과 식감의 치킨을 맛볼 수 있게 예비점주들이 신선육 손질부터 밑간, 튀김기 사용법까지 족집게 과외 받을 수 있다.
◇ 황금올리브 ‘겉바속촉’ 3가지 비결, 치킨대학서 배운다
BBQ 치킨의 특징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한 식감이다. 육즙을 오래 가두고 바삭한 튀김옷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BBQ는 ①8각(8조각을 내는 것) ②반죽 물 온도 4℃ 이하 ③황금올리브유를 고집한다. 치킨대학 2주 교육은 이 3가지를 체화하는 과정이다.
치킨 한마리를 12~14조각 내는 경쟁사와 달리 BBQ는 치킨을 8조각 낸다. 닭을 많이 자를수록 내부의 육즙이 빨리 빠져나가 쉽게 딱딱해진다. 입이 작은 소비자들이 ‘더 잘게 잘라달라’가 요청해도 8각을 고수하는 이유다.
BBQ 치킨의 오돌토돌한 튀김옷을 회사에선 컬(Curl)이라고 부른다. 이 컬을 만들기 위해 밑간한 닭에 묻히는 반죽을 4℃ 이하 정수물로 만든다. 부침개를 튀길 때 얼음을 넣으면 바삭하듯, 반죽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뜨거운 기름과 만났을 때 튀김 수분이 빠지면서 식감이 더 좋아진다.
튀김유도 올리브유 중에서 최고급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만 가지고 튀긴다.
◇ 치킨대학 DNA로 글로벌 사업 순항…중미·유럽까지 K치킨 전파
“‘사랑의불시착’에서 손예진, 현빈이 먹은 그 치킨 맛보고 싶어요.”
요즘 김주현 제너시스BBQ 글로벌 대표가 해외 진출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BBQ가 PPL(간접광고)한 드라마 사랑의불시착은 2020년 종영했지만 여전히 전세계 주요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가 해외 사업에서 고전했지만 BBQ는 오히려 반대였다.
가장 성과가 좋은 미국은 2006년 진출한 뒤 적자가 지속되다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2019년 2800만달러(390억원)에서 작년 7300만달러(1018억원)로 껑충 뛰었다.
BBQ에 따르면 미국 내 BBQ 직영·가맹점은 150개이며 가맹점주 절반은 현지인이다. 부유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계 미국인 2,3세가 부모님에게서 종잣돈을 받아 여러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 9개까지 운영중인 사례도 있다. 현재 매장 개점을 대기 중인 곳만 50개가 넘는다.
BBQ는 지난 6월 미국 외식업계 전문지 네이션스 레스토랑이 선정하는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2위에 올랐다. 1956년 창간한 네이션스 레스토랑은 전년 대비 매장 수, 매출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 브랜드가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첫 사례다.
미국 현지 법인이 위치한 뉴저지주의 엘런 박 하원의원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 본사를 직접 방문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끈 것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했다. 같은달 콜로라도의 제라드 폴리스 주지사는 지역 내 추가 출점과 본사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식 치킨을 맛보지 못한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파나마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최종 확정하고 왔는데 이곳을 중미 거점으로 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 등지로 확장하고 싶어하는 사업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BBQ는 코스타리카, 그리스, 이집트에도 신규 출점을 위한 계약을 진행중이다. 2030년까지 전세계에 5만개 점포를 출점해 미국 맥도날드를 제친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