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도 한국 김이 가게 됐다. 국내 식품 스타트업 담아가 지난달 'K푸드 불모지'로 불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로 김 수출을 이뤘다. 작년 미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114개국에 6억9300만 달러(9500억원)가 팔린 한국 김은 이제 115개국으로 수출국을 늘리게 됐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있는 현지 유통업체 '프리미엄 슈퍼스타'가 담아를 콕 찝었다. 담아가 김 브랜드 '기역이미음'을 통해 선보인 김스낵 '김칩스' 3종과 조미김 '일월의돌김'의 수출을 요청해 왔다. 모잠비크와 인접 국가에서 한국산 김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준 담아 사업총괄대표는 "좋은 김을 만들고자 한 노력이 통했다"면서 "영국에서 김을 들여왔었는데 우리 김을 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태국과 대만으로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 대표를 지난 5일 서울 강남 본사 사무실에서 만나 기역이미음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국산 조미김은 대부분 값이 저렴한 재래김(김 품종)을 사용해 보급형 김을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남 해남에서 난 돌김 원물을 직접 가져와 굽고, 국내산 참기름을 발랐다. 여기에 천일염을 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재료를 써야 좋은 음식이 된다. 음식은 정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기역이미음은 메리츠증권 전략운용팀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했던 이 대표가 전통식품 리브랜딩을 목표로 스타트업 담아를 설립한 후 선보인 첫 번째 식품 브랜드다. 한·아세안정상회담 디자인 총괄을 지낸 김성현 브랜드 디자이너와 투자 심사 당시의 연으로 2019년 11월 담아를 공동 창업했다.
김은 이 대표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전통식품이다. 그는 김 공장이 몰려있는 충남 보령에서 나고 자랐다. 친인척 상당수가 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 친척 어른의 소개로 알게 된 김 제품의 리브랜딩으로 담아의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그때 우리 김이 완전히 변했다는 걸 깨달았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먹었던 김의 맛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김의 품질은 하향 평준화됐다. 김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내몰렸고, 전자상거래 업체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더 저렴한 김을 꺼내들면서 돌김을 쓰는 김은 자취를 감췄다. 얇아졌고, 기름과 짠맛만 늘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럴 바엔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질 좋은 신선식품을 앞세워 급성장한 컬리가 있었고, 좋은 김에 대한 수요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작용했다. 그렇게 개당 100원 정도인 김 시장에 제조원가만 250원에 달하는 김 '기역이미음'을 내놨다.
5원, 10원 장사하는 김 제조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했던 친인척들의 시선이 바뀌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담아가 기역이미음으로 돌김을 쓴 조미김 '일월의돌김'을 출시 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신세계에 입점했다. 같은 해 롯데백화점, 올해 현대백화점까지 국내 주요 백화점 3사 모두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통한 담아의 김 '기역이미음'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품질이 좋은 김을 이용해 아예 스낵으로 만든 김칩스가 통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김을 스낵으로 먹는 점을 고려해 스낵으로 즐길 수 있는 김스낵 김칩스를 냈다"고 말했다.
김칩스는 돌김에 재래김을 섞어 틈을 없앤 김을 위아래로 겹치고 사이에 아몬드, 콩, 멸치를 각각 채운 샌드형 스낵으로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그리곤 곧장 미국 최대 규모의 아시안 슈퍼마켓인 'H마트'가 미국과 호주로 김칩스를 가져갔다.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포함해 전 세계 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 대표는 "K문화 확산과 함께 바삭하고 짭짤한 김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이 늘고 있다"면서 "깁칩스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링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 스낵을 만들고자 굽는 방식을 선택, 저칼로리 고단백 스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담아는 해외 김스낵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시장만 한정해도 2019년 기준 짠맛 스낵 시장 규모가 512억5500만 달러(약 70조원)에 달했고, 이중 기타 짠맛 스낵으로 분류되는 김스낵 시장 규모만 66억3100만 달러(약 7조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칩스는 올해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넘어 태국, 대만으로 진출도 앞뒀다. 특히 태국은 김을 사용한 스낵인 '타오케노이'로 유명한 국가지만 담아를 택했다. 이 대표는 "김칩스는 밀가루도 사용하지 않는 건강식"이라면서 "품질에서만큼은 가장 뛰어난 김스낵이라고 본다"고 자부했다.
담아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대상 김 판매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으로 기역이미음의 김 제품을 넣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김밥 프랜차이즈 마녀김밥으로 김밥용 김 공급을 시작했다. 김칩스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다음 달 열리는 파리식품박람회에 참가해 수출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이외에 다른 제품으로의 확장도 예정했다. 매실을 활용한 막걸리 시제품 생산도 마쳤다. 매실 막걸리 브랜드 이름은 '쌍리'다. 이 대표는 "회사명 담아에는 품질은 좋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전통식품을 다 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면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