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인 이스트밸리CC의 회원권 가격이 9월 기준 17억8000만원으로 8월(20억1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이 내렸다. 이스트밸리는 초고가 회원제 골프장 중 한 곳으로, 6월에는 회원권 가격이 23억원까지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다 차츰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며 9월 들어 20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명품 골프장으로 꼽히는 경기 용인 남부CC의 회원권 가격도 9월 들어 25억5000만원으로 8월(26억5000만원)보다 1억원이 내려갔다. 200명 규모의 소수 회원제로 운영되는 초고가 골프장이라는 명성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19억원에 거래되던 남부CC 회원권은 20억원대로 시세가 치솟았다. 그러다 올해 7, 8월 26억5000만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은 후 거래가가 내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던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올해 3분기 들어 조정 받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까지 각광받았었는데, 최근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 등 자산 가치가 내려가며 열기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16일 레저 회원권 전문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9월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는 1334다. 전달인 8월 1346, 7월 1344보다 내려갔다.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는 2015년 1월 1일 회원권 지수를 1000으로 기준으로 놓고 매일의 호가 등락을 표시한 회원권 시세 표준화 지수다.
회원권 금액대별로 보면, 특히 시세 8억원 이상의 초고가 회원권의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8월 8억원 이상 골프장 회원권 시세 종합지수는 2801이었는데, 9월 들어서는 2623으로 떨어졌다. 이는 1억5000만원 이하 저가 회원권의 종합지수가 같은 기간 1308에서 1305로 내려간 것에 비해 더 큰 폭의 하락이다.
이처럼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조정받고 있는 배경으로 거시경제 여건의 악화가 지목된다.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심리적인 소비 여건이 좋아지면 골프장 회원권 시세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여성 골프 인구의 증가, 2030 청년 골프 인구가 증가하며 골프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골프장 회원권 수요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비록 MZ세대의 골프장 이용이 늘었다지만, 이들은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할 수 있을만큼 재력이 있지는 않기에 나이가 더 많은 자산가들의 소비 심리가 악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을 방문한 내장객 수가 총 4673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9년(4170만 명)보다 503만명(12.1%) 늘어난 것이다. 야외 스포츠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덜하고, 해외 원정 골퍼들의 발이 묶이면서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 같은 골프 산업 호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외 여행 수요가 골프장으로 전이됐던 코로나19 국면에는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프장 회원권을 대체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자산가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충청지역 골프장 회원권 2개를 보유하다 최근 1개를 판 오중건(63)씨는 “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주식처럼 경기가 선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간 회원권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주식이나 아파트 등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을 당분간 계속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회원권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전 방위적 문제점으로 지목되자, 그 대책이 금리인상에 초점을 두고 국가별로 공조를 이루고 있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저금리 유동성 장세의 종말을 알리는 시점에서 회원권의 투자적인 수요는 향후에도 감소 또는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에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도 예측되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