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회사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라면의 소비자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가운데, 총수 일가의 봉급과 배당금은 오히려 큰 폭으로 올렸다.
회사의 사정이 어렵다면서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늘리고, 물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오뚜기(007310)는 다음달 10일부터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진비빔면', '진짬뽕' 등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 올린다고 밝혔다.
오뚜기의 이번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13년 만에 가격 조정을 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농심(004370)은 9월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리고, 팔도는 10월 1일 부터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이 회사들은 라면 가격을 올리는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높은 환율에 따른 수입 비용 부담 증가" 등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이 외에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치솟아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오뚜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08년 이후 라면 4사의 가격 인상은 오뚜기가 2회로 가장 적었고, 농심과 팔도가 각 4회, 삼양식품이 3회 인상했다"며 경쟁사의 가격 인상 이력을 알리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라면 회사들은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시장점유율 1위 농심은 지난해 매출 2조6630억원, 영업이익 1061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1년 전보다 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3.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996억원으로 전년대비 33.2% 감소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이 회사가 사상최대 이익을 낸 해였다. 실적 악화는 재료값 인상보다는 역기저 효과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농심(004370)의 국내 기준 영업이익은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농심의 상반기 매출은 1조49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4% 늘었고,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15.4% 감소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7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666억원으로 전년보다 16.1% 줄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실적 반전에 성공했다. 오뚜기의 영업이익은 23.5% 늘어난 1067억원으로, 2020년(1101억원) 이후 2년 만에 반기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삼양식품(003230)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3%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은 6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순이익은 563억원으로 17.1% 감소했다.
다만 삼양식품도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은 286억원에서 518억원으로 81% 급증했다.
이런 실적 증가에 힘입어 라면 회사 오너 일가가 가져간 봉급은 큰 폭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농심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3억9415만원을 받았다. 이는 신 회장의 지난 2020년 연봉인 10억5975만원보다 32% 가량 증가한 것이다.
직급 변동에 따른 급여 인상이라고 농심측은 당시 설명했으나,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언급하며 가격 인상의 당위를 설명한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행보다.
신 회장의 보수는 올해에도 늘었다. 상반기 7억3700만원으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지난해 상반기(5억7645만원)보다 21%나 증가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지난해 연봉이 크게 올랐다. 그는 연봉으로 9억9666만원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이 전년 대비 192% 늘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지난해 연봉 8억10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연쇄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시키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오너 일가의 봉급은 큰 폭으로 인상하는 농심 등 라면 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 26일 당시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을 비판하며 "소맥분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은 알겠다"면서도 "독과점 시장 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인상이 동종업계를 비롯해 식품 시장 및 외식 물가의 연쇄적 가격 인상의 포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