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막 전야제(前夜祭)를 여는 가운데, 행사 장소가 삼성문화재단에서 만든 사립 미술관인 '리움미술관'으로 정해진 배경과 삼성 오너 일가 참석자에 관심이 쏠린다.
리움미술관은 자체 행사가 아니면 공간을 잘 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CJ(001040)그룹이 주도하는 행사에 미술관을 내어준 것이 과거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화해하는 분위기로 비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1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용산 리움미술관에서 프리즈 서울 전야제 'CJ 나이트 포 프리즈 서울'을 연다. 이튿날 개막하는 프리즈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과 CJ그룹 계열사 대표들을 비롯해 미술·영화·음악·산업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삼성 오너 일가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 오너 일가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야제를 계기로 고(故) 이건희(1942년생) 전 삼성 회장과 고(故) 이맹희(1931년생) 전 CJ 명예회장이 상속 문제로 반세기 가까이 분쟁을 벌이면서 생긴 갈등을 봉합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명예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애초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예정이었지만,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창업주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결국 삼남인 이 전 회장이 삼성그룹의 주요 지분을 받게 됐다.
그러다 2012년 이 전 명예회장이 이병철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이 전 회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법정 공방 끝에 이 전 명예회장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상속 분쟁 이후 두 그룹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추도식을 따로 지낼 정도로 사이가 악화했다.
이 전 회장이 소송 당시 이맹희 전 명예회장을 향해 "집안에서 퇴출됐던 양반", "감희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안 된다. 날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이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또 이 전 명예회장의 장남 역시 법적 다툼 상황에서 미행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건희 전 회장과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법정 다툼 이후 두 그룹사 간 화해 분위기는 계속 있어져 왔다. 이맹희 전 명예회장도 소송이 끝날 무렵 법정에 "지금 제가 가야하는 길은 건희와 화해하는 일"이라는 편지를 제출하기도 했고, 불발되긴 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2019년 손경식 CJ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빈소에서 이부진 사장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직접 부축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CJ그룹 관계자는 "갈등은 선대 회장님들 시절 있던 것으로 다 지난 일"이라면서 "리움미술관이 장소를 내어준 것 역시 이미경 부회장님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기 보다는 '프리즈'라는 이름을 달고 할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야제에는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한다.
이날 전야제는 CJ그룹과 프리즈의 최대 주주인 미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와의 관계가 배경이 돼 열린다.
이미경 부회장이 프리즈의 최대 주주인 미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의 CEO 아리엘 에마누엘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 ENM(035760)은 올 1월 엔데버의 자회사인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 지분 80%를 약 9450억원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