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와인 사랑은 유명하다. 1788년 호주를 찾은 영국 선교단이 포도나무를 들이며 비교적 늦게 와인 생산을 시작했지만, 연간 140만ℓ 와인을 만드는 생산량 기준 전 세계 5위 와인 대국으로 올라섰다. 호주산 와인을 알리는 정부 지원의 협회(호주와인협회)가 있을 정도다.

하디스 HRD 카베르네 소비뇽. /배동주 기자

그런 호주에서 현지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논할 때 반드시 꺼내드는 와인이 있다. 바로 와이너리 ‘하디스’가 만드는 ‘하디스 HRD 카베르네 소비뇽’. 호주에선 카베르네 소비뇽을 줄여 ‘캡세브(Cab Sauv)’라 하는데, 하디스 HRD 까베르네 소비뇽을 호주산 캡세브의 대표 주자로 꼽는다.

이유는 있다. 하디스는 1853년 토마스 하디가 호주의 대표 와인 산지인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 설립한 1세대 와이너리다. 6세대에 걸쳐 저가 와인부터 고가 와인까지 두루 생산, 호주 국민와인으로 불린다. 동시에 135개국에 연간 약 1억병을 수출하는 호주 1위 와인 생산자다.

특히 하디스의 하디스 HRD 까베르네 소비뇽은 그 자체로 대표성을 지닌다. 과거 1940~1980년대 인기 있었던 하디스 리저브 빈(Hardys Reserve Bin)을 2006년 다시 낸 와인으로, 지역 블렌딩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지역 블렌딩은 여러 지역에서 난 하나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는 뜻이다.

하디스 와인 양조장 전경. /아영FBC 제공

하디스는 호주 남부 ‘맥라렌 베일’, ‘쿠나와라’, ‘마가렛 리버’, ‘프랭크랜드 리버’에서 자란 캡세브 중 고품질의 캡세브만을 고르고 골라 하디스 HRD 까베르네 소비뇽 한병에 담는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품종을 한병에 담는 일반적인 블렌딩과 다른 방식으로, 호주산 캡세브의 특징을 한병에서 느낄 수 있게 했다.

하디스는 수령 20~70년 된 포도나무에서 난 캡세브만을 모두 손으로 수확해 하디스 HRD 까베르네 소비뇽을 만든다. 오래 자라 깊이 뿌리내린 나무에서 난 포도의 풍미가 더욱 복합적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이후 으깬 포도를 채운 큰 통에 다시 압력을 가하는 2차 압착을 거친 후 발효한다.

끝이 아니다. 산지별 농사가 제일 잘 된 캡세브에 호주산 메를로 10%를 섞고 프랑스산 오크에서 16개월 숙성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병입해 판매한다. 껍질이 두꺼워 다소 거친 맛을 내는 호주산 캡세브의 특성을 메를로를 통해 중화하고 오크 숙성을 통해 재차 거친 맛을 잡아냈다.

하디스 포도밭 전경. /아영FBC 제공

진한 루비색을 띠는 하디스 HRD 카베르네 소비뇽은 입을 쩍 붙게 하는 탄닌과 특유의 무게감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을 지니고 있었다. 첫 맛은 탄닌에 따른 묵직함이 이후에는 오크 숙성에 따른 삼나무향이 옅게 따라왔다. 스테이크와 같은 육류 요리와는 모두 어울렸다.

하디스는 하디스 HRD를 앞세워 매년 전 세계 순위권 와이너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주의 로버트 파커로 불리는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는 지난해 와인 평가에서 하디스 HRD에 최고점을 줬다. 국내로는 아영FBC가 수입한다. 올해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레드와인 신대륙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