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용 닭고기(육계) 담합 전쟁'이 기업 대 공정거래위원회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공정위로부터 16개 기업 1곳당 평균 110억원, 총 1760억원이란 식품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닭고기 제조·판매 기업들이 '부당 처분'을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에 나서면서다.
25일 식품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하림(136480), 올품, 마니커(027740), 체리부로, 동우팜테이블, 참프레 등 국내 주요 닭고기 제조·판매 기업들은 지난 6월 일제히 공정위를 상대로 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소장을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 처분에 관한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이 전속 관할한다. 공정위가 지난 3월 16일 닭고기 제조 판매 16개 기업들이 2005년부터 12년간 비용 인상이나 할인 폭을 합의하는 등의 담합을 했다며 총 1758억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치킨용 육계 시장 1위인 하림이 가장 먼저 소를 제기했다. 닭고기 생산량 축소 등 담합 혐의로 406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하림은 그룹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를 앞세워 계열사인 올품 등과 함께 지난 6월 3일 과징금 등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 소장을 냈다.
하림 측은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는 물론 계열사 하림, 올품, 한강식품 등 4곳에 총 94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면서 "육계 신선육과 관련해서 회합과 논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논의대로 실행됐는지, 그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도 없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145억원 과징금을 부과 받은 동우팜테이블도 관계사인 참프레와 함께 지난 6월 초 하림과 같은 내용의 소장을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182억원 과징금을 받은 체리부로도 동참했다. 마니커는 같은 달 13일 251억원 과징금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이로서 공정위는 육계 담합 혐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 전체 16개 기업 중 절반인 8개 기업과 처분 취소 관련 소송전을 치르게 됐다. 닭고기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12억원 넘는 과징금을 맞은 한국육계협회의 시정명령 등 취소 행정소송을 포함하면 총 9곳과 맞붙는다.
닭고기 제조·판매 기업들은 공정위가 담합으로 규정한 행위 대부분은 농식품부의 행정지도하에 시행된 정당한 수급 조절이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원가 이하로 떨어진 육계 가격 등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고자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생산량을 축소하거나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육계 수급조절협의회는 연 1~2회 닭고기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될 때 개최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급조절협의회를 소집하지 않은 시점에도 협의회 소속 기업 대표들이 수시로 모여 가격 인상 등을 합의했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2005년 대형마트 판매 분에 책정하는 도계 비용을 50~100원씩 인상하고, 운반비를 1㎏당 20원 인상하는 내용으로 담합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대상 염장비 인상, 할인 제한, 대형마트 판매 가격 2% 인상 등 16차례에 걸쳐 가격 담합을 했다.
법조계에선 소송전의 결말이 기업의 승리로 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공정위는 2019년 종계(부모닭), 지난해 삼계의 담합 혐의를 지목하고 그때마다 하림을 축으로 한 기업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하림은 종계 담합 사건에서도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공정거래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과징금 규모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담합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와 기업 간 소송전은 행정소송을 넘어 형사소송으로도 확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월 28일 하림,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체리부로, 마니커 등 닭고기 제조·판매 기업 6곳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업체 중 상당수가 과거 종계, 삼계 등 담합 사건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 등 제재를 받았는데도 다시 담합을 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이 증진될 수 있도록 담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담합 행위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