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구경 한번 와보세요/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있어야 할 건 있구요/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화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 화개장터(지금도 장이 열리고 있으니, 화개장터가 아니라 화개장이 맞지 않나 싶다)는 옛날부터 호남(구례)과 영남(하동)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여는 시골장이었다. 이런 이유로 호남과 영남, 영남과 호남의 ‘화합의 광장’이란 별칭이 늘 따라다녔다. 실제로 가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장인데도 말이다.

‘영호남 통합’ 화개장터 근처에 또 하나의 영호남 화합을 상징하는 곳이 최근 생겼다. 이번에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다. 매실로 만든 증류주 ‘서울의 밤(알코올 도수 25도)’으로 유명한 양조장 더한주류가 전남 광양에 양조장을 차리고, 호남과 영남의 특산물을 한데 버무린 신제품 ‘서울의 밤(40도)’를 내놓는다. 국내 최대 매실 산지인 전남 광양에 제2 양조장을 차린지 일년 반만이다. 국내 유일의 매실주 전문회사인 더한주류는 서울의 밤 외에 매실원주(13도), 원매(15도, 20도) 등 매실을 원료로 한 과실주와 증류주를 생산하는 업체로, 올해 1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견 양조장이다. 오스트리아 바이올린 유학을 다녀온 한정희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더한주류 이름은 한 대표의 성 ‘한’에서 따왔다.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가 자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코로나 와중에 60억원을 투자, 광양에 제2양조장을 차렸다. /박순욱 기자

2018년에 출시된 서울의 밤(25도)은 더한주류를 먹여 살리는 효자상품이다. 잘 익은 황매를 수확, 급냉해 100일 정도 담금술에 침출시킨 뒤 두번의 증류를 거쳐 만든 매실 베이스 증류주다. 2차 증류 때 노간주나무열매(주니퍼베리)를 일부 넣어, ‘진(Gin)’으로 만든 술이다. 주세법상 리큐르에 속하는 서울의 밤(25도)은 그래서 매실 증류주, 혹은 매실 진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쌀 베이스 증류주의 절반 가격인데다,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높은듯 낮은듯’ 해서 젊은층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16~17도 안팎의 희석식소주와 40도 정도의 증류주 틈새를 잘 공략한데다, 흔한 쌀이 아닌 매실을 원료로 한 증류주라는 점에서 ‘가격, 알코올 도수, 원료’의 3대 차별화를 동시에 이룬 제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내놓는 서울의 밤(40도)은 25도 제품과 크게 다르다. 우선 매실 함량이 두배 많다. 때문에 서울의 밤(40도)는 25도 제품보다 매실 향이 강하다. 또, 2번 증류하는 25도 제품과 달리, 서울의 밤(40도)은 1차 증류만 한다. 증류를 거듭할수록 알코올 도수는 올라가지만, 증류원액이 갖고 있는 고유의 향들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2번 증류하는 25도 제품보다는 1번 증류하는 서울의 밤(40도)에서 나는 매실 향이 더 진하다. 매실 함량을 두배로 늘린 영향도 크다.

세번째 차이점은 부재료다. 25도 제품에 넣는 부재료는 노간주열매과일, 벌꿀 정도다. 서울의 밤(40도)은 이외에 전남 광양의 매화꽃, 고흥의 유자껍질, 경남의 하동 녹차를 추가로 넣었다. 꿀도 광양 양조장에서 가까운 지리산 꿀을 넣었다.

전남 광양시는 지리적으로 경남 하동과 맞닿아 있다. 더한주류의 전남 광양 양조장에서 경남 하동은 차로 10분 거리다. 광양 양조장 직원 숙소도 광양이 아닌 하동에 있고, 직원들이 양조장에서 일하다가도 점심 때가 되면 곧잘 화개장터에 가서 식사를 한다고 하니, 호남과 영남의 구분이 이곳에선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의 밤(40도)는 호남(원재료인 광양 매실, 부재료인 매화꽃, 고흥 유자껍질)과 영남(하동 녹차)의 특산물을 같이 넣어 완성했다. 해서, 서울의 밤(40도)는 ‘호남과 영남의 화합주’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전국의 양조장을 많이 다녔지만, 호남과 영남의 재료를 한데 넣어 만든 술은 보지 못했다. 서울에서 양조장을 10년 이상 운영한 한 대표는 승용차로는 갈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먼 광양에 굳이 왜 양조장을 차렸을까?

더한주류 광양 양조장 내부. 어른 키의 서너배 되는 탱크 수십개에서 술이 익어가고 있다. /박순욱 기자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를 인터뷰한 것은 3년 전인 2019년 9월이었다. 당시 기사 제목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 대표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집안 매실 과수원에서 수확하는 매실이 연간 10톤 정도인데, 술 원료로는 조만간 모자랄 것 같아 국내 최대 매실 산지인 전남 광양에 제2 양조장을 지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 그대로, 한 대표는 서울의 밤(25도) 급성장에 힘입어 광양에 60억원을 투자해 제2 양조장을 차렸다. 2021년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광양 양조장에서는 서울의 밤, 매실원주(13도)를 생산하고 있다. 둘 다 서울양조장에서 생산했던 제품이지만, 이제는 이 둘 주력 제품을 광양 양조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반면에, 서울 양조장은 숙성을 3년 이상 하는 프리미엄 매실주인 원매 15도, 20도 제품 생산 외에 신제품 개발을 맡고 있다. 회사 매출의 75% 정도를 서울의 밤(25도) 한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광양 양조장 비중이 매출의 90%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대표의 머리 속에서나 존재했던 광양 양조장이 가동에 들어가자마자, 회사 전체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3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사실, 이런 변화는 깜짝 놀랄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코로나는 전통주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 영향으로 전통주점 등 업소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문을 닫는 양조장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혼술-홈술 음주문화가 서서히 정착하면서 인터넷 술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양조장 매출은 다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치 앞도 못볼 정도로 시장 전망 자체는 불투명해, 양조장 대표들은 코로나 상황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었다.

더한주류 광양 양조장 외부 전경. 전남 광양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경남 하동과도 가깝다. /박순욱 기자

바로 이때였다. 3년 전 시작된 코로나 역습이 전통주 시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다들 숨죽여 예의주시만 하고 있을 때,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는 당시 회사 연간 매출보다 큰 규모인 60억원을 투자해, 광양 양조장을 지었다. 빠른 판단도 좋았지만, 과감한 투자 결정이 무엇보다 돋보인 광양 양조장 프로젝트였다. 주력상품인 서울의 밤(25도)이 잘 나가고는 있었지만, 코로나가 언제 또 해코지를 할 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와중에 ‘배(연간 매출)보다 더 큰 배꼽(광양 양조장 설비투자액)’ 투자를 한 양조장 얘기는 더한주류 말고는 듣지 못했다.

서울역에서 탄 KTX 열차가 두어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구례구역. 이곳에서 차로 40분을 더 가야 광양 양조장이다. 하동에서 섬진강을 다리로 건너, 차가 광양으로 접어드니, 도로 양쪽으로 매실 밭이 지천이었다. ‘매실특구’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도로가 식당 이름들에도 매실이란 글자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광양이 매실로 유명할까? 품질 좋은 매실이 유독 광양지역에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뭘까? 사실 매실은 원산지가 한국이 아닌 중국이다. 광양에 매실밭이 많은 것은 중국, 특히 일본에서 매실나무 묘목을 많이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정희 대표의 설명이다.

“광양지역에 좋은 매실이 나는 것은 섬진강 영향이 크다고 알고 있다. 좋은 과실이 나오려면,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밤에는 반대로 서늘해야 한다. 한마디로 일교차가 큰 지역일수록 과일이 잘 되는데, 섬진강을 끼고 있는 광양은 특히, 일교차가 커서, 좋은 매실이 나온다.”

더한주류 광양 양조장에서 서울의 밤, 매실원주 등에 원료로 사용하는 황매실. 당도가 높아 청매실보다 신맛이 훨씬 덜하다. /더한주류

이 얘기를 들으니, 20여년 전 다녀온 독일 와인투어가 생각났다. 리슬링 포도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역시 라인강을 끼고 포도밭이 경사진 곳에 많은데, 이곳 광양의 매실과수원 역시 섬진강변에, 약간 경사진 곳에 자리한 경우가 많았다. 경사진 곳은 햇빛을 받기가 평지보다 낫고, 또 낮에는 강에 반사된 햇빛까지 받을 수 있어 과일이 체감하는 낮기온은 다른 곳보다 높게 마련이다.

더한주류 광양 양조장은 더한주류 서울양조장보다 서너배는 규모가 컸다. 우선 증류기 사이즈가 네배였다. 서울 양조장 증류기는 500리터, 광양은 2000리터였다. 담금술에 매실을 일년 정도 침출시키는 침출탱크 6개가 양조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오른쪽은 저장탱크(침출 공정이 끝난 매실주를 상온저장하는 탱크), 왼쪽은 저온숙성탱크와 증류설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침출탱크 한개에 들어가는 매실 양이 무려 8.5톤 분량이란다. 신설 양조장 아니랄까봐, 어른 키의 몇배나 되는 신형 탱크 수십개가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현재 광양 양조장은 연간 150톤의 매실을 수매해서 술을 빚는다.

우선 이곳 양조장에서 만드는 술, 매실원주와 서울의 밤(25도)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매실원주와 서울의밤은 7월 초 다 익은 황매실을 따서, 바로 급냉시켜 알코올 도수 43도의 담금술에 100일 정도 담가둔다. 이 과정이 침출인데, 담금술의 알코올과 매실의 향, 풍미가 잘 섞이도록 100일을 담가두는 것이다. 가정에서, 담금술에 각종 과일이나 약재를 넣어 오랫동안 보관해두었다가 마시는 경우가 요즘도 많은데, 이 과정이 침출이다.

때문에 매실원주는 매실 발효주가 아니다.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과 달리, 매실은 당도가 낮아 발효가 쉽지 않아, 발효 대신 침출을 통해 매실 향이 술에 배이도록 한다. 침출이 끝난 술은 건더기인 매실을 분리한 후 술만 저장탱크로 옮겨 일년 정도 상온저장(숙성) 공정을 거친다. 매실원주는 저온숙성탱크에서 한달 정도 더 숙성한 후에 여과해서 병입하면 술이 완성된다.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사진 가운데)가 직원들과 침출탱크(수확한 황매를 담금술에 일년 정도 담가두는 탱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증류주인 서울의 밤(25도)은 침출, 상온저장까지는 매실원주와 공정이 같고, 이후에 두번의 증류를 거친다. 2차 증류 때 노간주나무열매를 넣는다. 증류 후에는 다시 6개월 정도 상온저장을 거친 뒤, 저온숙성, 여과, 병입 공정으로 마무리된다. 2차 증류까지 끝나면 알코올 도수가 약 50도까지 오르는데, 나중에 물을 타서 25도로 맞춘다.

신제품 서울의 밤(40도)는 25도 제품과 침출기간부터 차이가 있다. 매실 함량을 두배로 늘리고, 대신 침출을 25도 제품(침출 100일)의 절반인 50일만 한다. 한정희 대표는 “침출을 50일 정도 하니까, 매실 향이 알코올(담금술)에 가장 잘 스며드는 것 같다고 판단해, 침출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매실 향을 보존하기 위해 증류도 한번만 한다.

매실원주(13도)

침출 100일►1차 저장탱크에서 1년 숙성(맛이 깊어진다, 숙성된 맛이 난다), ►저온숙성탱크에서 한달(고형물 침전과 여과를 위해)►여과►검증조(완성된 술을 잠시 보관)►병입

서울의 밤(25도)

침출 100일►1차 저장탱크에서 1년 숙성►증류(1차, 2차 증류, 최종 알코올 도수는 50도)►2차 저장탱크 숙성(6개월, 기간은 딱히 정해진 바 없다.)►저온숙성(14일)►여과►검증조(완성된 술을 잠시 보관)►병입

서울의 밤(40도)

침출 50일(매실 양은 두배로 늘리고, 침출기간은 절반, 이렇게 하면 매실 향이 더 많이 난다)►1차 저장탱크에서 1년 숙성►증류(1차증류)►2차 저장탱크 숙성►저온숙성►여과►검증조►병입

더한주류 매실 제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황매실이다. 덜 익은 청매실이 아닌 농익어 당도가 높은 대신, 신맛은 다소 가라앉은 황매실로 만든 술이 매실원주, 서울의 밤, 원매다. 더한주류 모든 매실 술은 황매만 사용한다. 반면에 기존에 시장에 나왔던 대부분의 매실주는 청매를 사용한 제품들이다. 황매와 청매는 어떻게 다를까?

더한주류 광양 양조장에서 만드는 제품들. 사진 왼쪽부터 서울의 밤(40도), 서울의 밤(25도), 명량 스컬(17도), 매실원주(13도). /박순욱 기자

“청매는 대개 6월초쯤 수확하고, 황매는 한달 뒤인 7월초부터 수확한다. 품종별로 수확시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황매가 청매보다 더 늦게 따는 건 틀림이 없다. 가격은 황매가 청매보다 두세배 비싸다. 청매와 황매는 쓰임새가 다르다. 장아찌처럼 아삭아삭한 식감을 살리려면 청매가 맞다. 하지만, 잼을 만든다면 물렁물렁한 황매가 더 낫다. 그럼 술은? 술은 잘 익은 과육이 침출도 더 잘 된다. 당도 역시 황매가 훨씬 높고, 신맛은 덜하다. 매실은 신맛이 강해, 그냥 먹기가 힘든데, 황매는 잘 익은 자두 맛이 나서 그냥 먹을 만 하다.

하지만 황매는 관리가 무척 까다롭다. 수확 후 하루만 그냥 두어도 하중(황매를 대량 보관하는 경우)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매실나무에서 따서, 세척 후 곧바로 급냉을 시킨다. 얼리면 열매가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린 황매를 그대로 담금술에 담가, 100일 동안 침출시킨다.”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가 양조장 옥상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나무들이 대부분 매실나무다. /박순욱 기자

이 설명을 듣고 보니 독일의 아이스와인(Ice Wine)이 생각났다. 눈이 내릴 때까지 포도를 따지 않고 내버려두었다가 포도 알갱이가 얼고 나서야 수확해, 와인 색이 황금빛에 가깝고 맛 역시 꿀에 가까울 정도로 당도가 높은 아이스와인. 언 포도로 만든 아이스와인처럼, 얼린 황매실로 만든 매실원주는 신맛보다는 단맛이 더 도드라져 식후주(디저트로 마시는 술), 혹은 식전주에 어울린다.

그러나, 단맛이 강한 술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람들이 한번에 많이 먹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주연으로, 술을 조연으로 마실 때, 다시 말해 반주로 마시는 술은 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개발한 술이 달지 않은 매실 증류주 ‘서울의 밤’이다. 서울의 밤 개발 당시를 한정희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식전주, 식후주인 매실원주 갖고는 매출 올리기를 장기적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매실증류주를 만들었다. ‘서울의 밤’은 매실증류 원액에 진(Gin)의 향을 내는 노간주나무열매를 첨가했다. 대개 진은 곡물을 증류시켜 만드는데, 우리는 곡물 대신 황매실주를 1차 증류시킨 뒤 노간주열매를 넣어 2차증류했다. 그런데 시장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 회사의 효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소 매실주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서울의 밤을 마셔본 후에 매실주를 찾게 되는 후광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매실원주도 덩달아 매출이 늘었다. 현재 서울의 밤(25도) 하나가 회사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서울의 밤(25도) 하나에 회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개발한 술이 서울의 밤 40도 제품이다. 매실 함량을 두배로 늘리고, 매실 향을 가두기 위해 증류도 한번으로 줄였다. 25도 제품에 비해 부재료도 크게 늘렸다. 노간주열매, 꿀 외에 말린 매실꽃, 유자껍질(고흥), 녹차가루(하동)를 40도 제품에 넣었다. 인근지역의 농산물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역특산주 면허’의 한계를 장점(영호남 재료 사용)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전남 고흥과 경남 하동은 광양 양조장 인근 지역이라 부재료 사용에 제한이 없다.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가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찍은 사진.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는 서울 선화예중 3학년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 10년 동안 해외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했다. 바이올린 전공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체력적 한계(허리 디스크)로 말미암아 연주자의 길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가끔씩 집에서 바이올린을 연습삼아 연주한다. 그는 좋은 술을 만드는 것은, 좋은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는 연주를 위한 악보가 있지 않나. 오케스트라의 악보와 같은 것이, 양조장에서는 어떤 술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기획서, 레시피가 아니겠나 싶다. 오케스트라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르게 연주하듯,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 매실주 품질도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오케스트라는 혼자가 아닌 단원 전체가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술 역시 재료, 사람(양조인), 양조설비가 다 잘 어우러져야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