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007310)와 크라운제과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원료 수입국을 바꾸고, 제조 방식까지 변경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원재료 가격 급등이 이제 수급 불안으로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기후위기도 이 같은 변경을 부추기고 있다.

오뚜기 골드마요네스 300g 제품. /오뚜기 제공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15일부터 자사 대표 제품인 마요네스 생산에 쓰는 주요 원재료인 계란 노른자와 흰자 등의 원산지를 변경한다.

기존 난황액(노른자)은 미국에서 난백액(흰자)은 이탈리아에서 각각 수입했지만, 수급이 유리한 국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오뚜기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7월 식당용케첲의 제조 방식을 변경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오뚜기는 앞서 기타과당 사용을 줄이고 대신 설탕 함량을 늘리기로 했다. 기타과당의 주원료인 우크라이나산 옥수수가 수출 항로 차질, 생산 중단 등으로 수급되지 못하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물류난이 심각해진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원료 수급 전반의 차질로 이어졌다"면서 "국내산 난황액와 난백액이 수입산 대비 비싸지만, 수급 자체가 어렵다 보니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자 '콘칲'으로 유명한 크라운제과는 원재료는 물론 산지까지 변경했다. 지난 1일부터 크라운제과 '크라운 C콘칲' '카라멜콘 땅콩' '콘치' 등을 만드는 데 쓰는 튀김유를 기존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에서 채종유(카놀라유)로 변경하고, 채종유를 호주에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식품업체들의 원료 수급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원료 수입처 및 제조 방식 변경은 자칫 제품 맛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내더라도 기존 원료를 수입해 가격 인상에 나섰던 것도 맛 변화 우려에 기인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 공급량의 73%, 밀의 33%, 보리의 27%를 차지했던 세계의 곡창"이었다면서 "전쟁으로 이들 원료의 공급이 막히자 다른 지역의 가격이 올랐고, 이제 수급 자체에도 차질이 발생한데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뚜기의 식당용케찹은 수급이 어려운 기타과당을 줄이고 설탕을 늘린데 따라 제품 성분이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탕 사용 증가로 당류가 기존 17g(케찹 100g 기준)에서 21g으로 24% 늘었고, 탄수화물 함량도 22g에서 23g으로 증가, 열량 자체가 90㎉에서 95㎉로 변했다.

그래픽=이은현

이런 가운데 기후위기 심화도 식품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원료 수급 차질에 기후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의 가뭄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원유 생산량을 기록, 뉴질랜드산 체다치즈를 수입했던 매일유업(267980)은 최근 원산지를 미국으로 변경했다.

올해 초에는 오리온(271560)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감자칩인 포카칩 발주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감자 산지인 미국 아이다호주와 워싱턴주가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현상으로 작황이 나빠, 감자 수출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감자 수급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한편 시장에선 원료 산지 변경과 같은 제조 방식 변화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표시 관련 규제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원산지와 원료 변경 시 제품 포장지도 바꾸도록 했지만, 지난 5월부터 이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료 수급 불안정으로 식품제조업체들이 대체 원료 사용이나 원료 사용 배합 비율 변경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져 포장재 변경 없이 원료 산지나 비율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다만 기존 포장재의 소진 시 변경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