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오늘회’가 자금난에 빠졌다.

‘제주산 딱새우회’ ‘통영 전복회’를 오후 3시 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 식탁에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75만명 회원을 모았지만, 정작 수산물과 배송 등 협력업체로 대금 지급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회' 이미지. /오늘식탁 제공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은 지난달 중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협조 요청 공문 메일을 보내고 ‘부분 디폴트’(일부 채무 불이행)를 공지했다.

자금 유동성 악화로 지난 6월까지 발생한 수산물 구매와 배송 등 협력업체에 지불해야할 대금 정산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이다.

오늘식탁은 상하기 쉬운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정해진 가격, 당일 ‘초신선’ 상품으로 배송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해 온 김재현 대표가 미국의 유명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인스타카트’를 롤모델로 삼고 2016년 12월 창업했다.

지난 6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75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난 2월부터 일부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분 대금 지급은 아예 중단됐다. 약 300개 업체가 평균 1300만원선의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40억원 규모다.

투자금을 사업 확장에 재투자해 매출을 늘리고 다시 매출에 비례해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받는 이른바 ‘캐시버닝’ 전략이 대금 미지급 사태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추가 투자로 운영 자금 등을 마련해야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기업 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제 오늘식탁은 지난해 말 시리즈B 라운드에서 조달한 약 100억원 투자금을 대부분 물류센터인 제2합류센터 고도화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수산물 외 과일이나 삼겹살 등으로 상품을 확장하고 올해 들어선 충청과 경남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면서 자금이 경색됐다.

그래픽=이은현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전례 없는 많은 유니콘 기업을 탄생 시켰던 유동성 잔치가 이제 끝났는데 오늘식탁은 이를 반복했다”면서 “서울 성동구 외에도 3곳 물류센터를 갖췄고, 취급하는 품목도 기존 300여개에서 800여개로 늘렸다. 돈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식탁은 협력업체로의 미지급 대금 전액 지급 시 사업 계속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2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20년 135억원, 지난해 195억원으로 늘었지만, 투자 시장 위축으로 올해 유치한 투자 규모가 50억원으로 줄어들면서다.

오늘식탁은 6월까지의 협력업체 미지급 대금 정산은 미뤄두고, 지난달 진행한 대금부터 우선 정상화해 계속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달간 납품받은 수산물이나 과일, 해당 상품 배송을 진행한 협력업체로 이달 30일 한달 치 대금 지급을 약속했다.

현재까지 쌓인 미지급 대금은 초기 15% 지급 이후 매월 6%씩 분할해 2023년 9월까지 모두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약 300여개 협력업체로 그동안 정산하지 못한 미지급 대금 40억원을 모두 지불할 경우 협력업체로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늘식탁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물건은 모두 넘겼는데, 돈을 받지 못하면서 우리 역시 계속 사업 영위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늘식탁 대표가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오늘회가 꾸준히 성장해온 만큼 일단은 이달 말로 예정된 정산을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늘식탁과 같은 대금 미지급 사태가 벤처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벤처기업 대부분이 사업 관련 투자를 계속하고, 다시 투자를 받는 방식의 ‘캐시버닝’을 계속해 오면서 벤처투자가 빠르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벤처투자는 1조825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4억원(4.2%) 감소했다. 분기별 투자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2분기 이후 2년(8분기) 만이다.

이와 관련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는 “협력업체로 대금 미지급 관련 협조 요청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업체별로 상이했던 대금 정산 주기를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데 따른 대금 미지급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계속 사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