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007070)이 가수 박재범이 만든 소주 ‘원소주 스피릿’을 독점 판매하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GS리테일의 문화 분야 투자가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원소주 스피릿'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1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판매된 원소주 스피릿은 같은달 27일까지 약 30만병이 팔렸다.

원소주 스피릿 1병의 판매가격(1만2900원)을 감안하면 출시 이후 보름 만에 약 38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원소주 스피릿은 지난달 전국의 GS25(매주 화·목·토요일 입고)와 GS더프레시(매주 화요일 입고)를 통해 판매됐다.

판매 직후 초도물량 20만병이 동나며 매장별 발주량을 1주일에 12병에서 6병으로 줄였다가, 지난 19일에는 출시 일주일 만에 발주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단됐던 발주는 지난 25일부터 정상화됐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원스피리츠가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스피리츠 측과 협상에 나섰다.

GS리테일 측은 전국에 1만6000여개의 GS25 매장과 350여개의 SSM(기업형 수퍼마켓) GS더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 이전부터 설립자 박재범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점 등에 힘입어 지난 5월쯤 단독 판매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원스피리츠 측은 “당시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단순히 술을 팔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저희의 생각에 GS리테일이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만들고, 매년 공연 행사를 여는 점 등을 토대로 가장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GS리테일 측도 원소주 독점 판매 배경에는 유통 인프라보다 문화 분야 투자가 주효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은 지난 2015년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뮤직앤비어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GS25의 25주년 기념 파티로 시작했지만, 2019년에는 6만여명의 관객이 모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언택트 형태로 진행됐다.

또 자사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의 여러 콘텐츠들을 통해 박재범이 설립한 회사 AOMG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다져왔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과 AOMG 관계자들이 후원 협약식에서 정찬성 선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종 GS리테일 편의점 지원부문장, 정찬성 선수, 정재형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장, 김수혁 AOMG 대표. /GS25 제공

GS리테일은 지난 2월에는 AOMG 소속 UFC(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선수인 정찬성을 후원하기도 했다. 당시 폭력성이 높은 격투기인 UFC 선수에게 국내 대기업이 지원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평도 나왔다.

정찬성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기업에서 후원을 받는 것이 자신의 목표 중 하나였지만, 9년간 많은 시도에도 폭력적이라는 윗선의 반대에 부딪혔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원소주 흥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회사는 올해 열리는 ‘뮤비페’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뮤비페 공연장에는 여러 주류 회사들의 부스가 마련되는데, 이번 공연에는 박재범이 무대에도 서는 만큼 원소주 부스가 가장 크게 자리 잡을 예정이다. 원스피리츠 측은 공연장에서 원소주 스피릿으로 만든 칵테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원소주라는 브랜드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판매도 판매지만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측면에 더 집중했다”면서 “원스피리츠가 협상 당시 ‘하나의 문화를 만들자’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원스피리츠 관계자도 “앞으로도 GS리테일을 통해 원소주 스피릿을 계속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든든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