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PB)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품을 늘리고, 식품업체가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개인 건강에 맞춘 비타민을 보내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열린다. 정부의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가 건기식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제 규제혁신 TF는 이날 즉시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규제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건기식 부문 규제 개선 2건을 포함했다. 대형마트의 건기식 판매 사전 규제를 없애 자유 판매를 허용하고, 맞춤형 건기식 판매를 가능케 하는 게 골자다.
경제 규제혁신 TF는 지난달 23일 정부의 경제 규제혁신 추진전략에 따라 발족한 TF로 민관합동으로 신산업, 환경, 보건·의료, 금융 등 6개 분야 50개 과제를 선정했다. 관계부처 간 논의와 민간위원 검증 등 민관합동 방식으로 한 달간 14차례에 걸친 집중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건기식 부문에서 우선 '건강기능식품판매업'을 신고한 경우에만 가능했던 판매 사전 규제를 오는 내년 6월까지 없앤다는 방침이다. 판매업 신고를 위해 필요한 연 2회 영업자 위생교육, 위해식품판매차단시스템 구축 등이 산업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대형마트 이마트(139480)가 건기식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건기식 전문 매장의 별도 운용 필요가 없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마트는 그동안 월계점, 신도림점 등 30개 점포를 건기식 전문 통합 매장으로 운영해왔지만, 규제 개선 시 모든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판매처 확장에 대비한 제품 확장도 추진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이미 건기식 시장 성장에 대응해 건기식 PB '바이오퍼블릭'을 선보였다.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제조·판매하는 프로바이오틱스 등 현 29종 제품을 4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규제 개선에 발맞춰 건기식 제품군 확장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건기식 PB '해빗' 제품군 강화를 통해 직접 유통·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약 30개 수준 제품의 지속 확장을 예정했다. 홈플러스는 홍삼 위주의 건기식 제품을 프로바이오틱스 등으로 늘린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매년 안전위생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이상 사례 발생 보고 등을 추진해야 하는 등 건기식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전문 매장 등을 별도 구축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건기식 제품을 늘리면 곧장 판매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맞춤형 건기식 사업 강화에 나선다. 이번 규제 개선에 건기식 소분 판매 제도화를 위한 법률 신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개인 맞춤형 건기식 수요는 커졌지만, 건기식 완제품 소분은 약사법 등에 따라 금지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는 내년 말까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및 건강상담관리사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조 또는 수입된 한 종류 이상의 건기식 완제품을 소분·조합해 포장하는 것을 맞춤형 건기식으로 정의했다.
풀무원(017810)은 녹즙 용기 뚜껑에 정제(알약) 형태의 건기식을 더한 맞춤형 건기식 제품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풀무원은 2020년 맞춤형 건기식 규제 샌드박스에 지원, 지난해 말 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밀크씨슬추출물과 비타민을 더한 맞춤형 건기식을 출시한 바 있다.
법률 개정에 맞춰 풀무원은 온·오프라인에서 건강, 영양 상담을 받은 뒤 보통 월 단위로 제품을 배송하는 사업도 강화한다. 현재 풀무원건강생활이 올가홀푸드 매장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기반 건강상태, 유전자 분석 건기식 제조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CJ(001040)도 맞춤형 건기식 시장 진입에 나선다. 올해 초 CJ제일제당에서 분사한 CJ웰케어를 앞세워 전문가 상담, 건강 설문, 유전자 분석 등 맞춤형 건기식 제조 기반 구축을 시작했다. 건기식 소분 전문업체인 알팩과 맞춤형 건기식 제조 사업 협력도 체결했다.
CJ웰케어 관계자는 "맞춤형 건기식은 식·생활습관은 물론 장내 유산균까지 분석해 제조, 개인에게 꼭 필요한 성분만 섭취할 수 있게 해 영양과잉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개인 맞춤형 건기식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규제 개선으로 국내 건기식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는 5조454억원으로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5년 전 대비 20% 급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5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기식협회, 대한약사회,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협의 우선 추진을 예정하고 있다"면서 "건기식 영업신고 면제, 소분·조합 판매 허용으로 건기식 시장 활성화 및 소비자 편리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