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수프로 유명한 '보노스프'를 만드는 농심(004370)의 관계사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이하 농심푸즈)가 새로운 일본인 대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보노스프의 국내 생산을 통해 늘어나는 간편식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농심이 2018년 세운 농심푸즈가 내리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지노모도농심푸즈가 생산하는 '보노스프' 제품군. /아지노모도농심푸즈 제공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푸즈는 지난달 미얀마아지노모도푸드 대표 등을 지낸 오가와 사토시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2018년부터 농심푸즈를 이끌었던 오오나니 나오유키 대표는 지난해 3월 재선임 이후 약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농심푸즈는 농심이 일본 종합식품기업인 아지노모도와 세운 합작회사다. 농심이 49%, 아지노모도가 51% 지분을 갖는 구조다. 경기도 포승에 있는 농심 공장 내 1만570㎡ 부지에 생산공장도 직접 구축했다. 농심푸즈가 보노스프를 만들고 농심이 전량 국내 유통한다.

임기 만료에 따른 대표 변경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실적 악화가 수장 변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농심푸즈는 2018년 설립 이후 첫해 5억원 적자 기록, 4년 동안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 적자 규모만 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푸즈의 적자는 농심에 곧장 타격이 되고 있다. 지분이 적어 농심푸즈 경영권과 인사권을 갖지 못한 속에서 공장 설비 구축 등에 들인 투자가 고스란히 적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64억원이었던 농심의 농심푸즈 장부가액은 지난해 기준 25억원까지 떨어졌다.

농심푸즈 매출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기준 57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0년회계연도 매출(37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수입·판매했던 2018년 매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노스프는 2018년 국내 즉석수프 시장에서 약 230억원의 매출을 냈다.

당초 농심은 보노스프가 1인가구 증가, 가정간편식(HMR) 시장 확대 등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따듯한 물을 붓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즉석수프 시장이 커지면서 보노스프 매출은 2015년 100억원, 2016년 140억원, 2017년엔 190억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경기도 포승 공장에서의 국내 생산을 시작한 2019년 위기를 맞았다. 한·일 무역분쟁으로 시작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농심푸즈에 51% 지분을 투자한 아지노모도는 전범기업인 동시에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은현

농심푸즈는 이번 대표이사 변경을 통해 반일 감정 저감을 통한 보노스프 매출 신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일본 게이오 대학을 졸업한 오가와 사토시 대표는 1990년 아지노모도에 입사해 미얀마, 나이지리아, 베트남, 태국 등을 거친 해외사업 부문 전략통으로 꼽힌다.

농심은 보노스프 마케팅 지원에 나섰다. 농심 측 인사 2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전원 마케팅 전문가를 올렸다.

지난해 1월 농심푸즈 사내이사에 김종준 농심 상품마케팅실장을 올린 데 이어 양영모 농심 마케팅팀 팀장을 추가로 이사회 내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농심푸즈 관계자는 "불매운동 여파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부진을 이어왔지만, 최근 즉석수프를 포함한 간편식 시장 성장에 힘입어 일부 판매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보노스프 알리기도 새롭게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수프 시장은 1970년 끓여 먹는 형태의 '오뚜기 스프'를 내놓은 오뚜기(007310)가 주도하고 있다.

보노스프가 들어오면서 커진 약 300억원 규모로 즉석수프 시장은 현재 샘표가 선보인 폰타나 즉석수프, 대상 청정원 즉석수프 등이 양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