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003230)의 오너 3세 전병우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이사)이 경영 능력 입증 시험대에 섰다. 2019년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 후 초고속 승진을 거쳐 삼양식품 그룹의 콘텐츠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면 제품과 연계한 캐릭터 판매 사업을 확대해 식품에 집중된 사업영역을 비(非)식품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마케팅 전문가를 삼양애니 이사회에 배치, 사업 협업도 본격화하고 나섰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그룹 콘텐츠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는 지난달 초 이사회를 열고 전병우 이사(사내이사)를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2019년 6월 26살(1994년생) 나이로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을 담당하는 부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이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인 전 대표는 전 전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삼양식품에 입사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2020년 6월 입사 1년 만에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승진했고 현재는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도 맡고 있다.
전 대표는 삼양애니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작년 말 삼양애니(구 아이엠애니)의 설립 자체를 주도했다. 입사 후 SNS 등에서 퍼진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해외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 것을 직접 목격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양식품은 면스낵에서 전체 매출의 98%를 내고 면스낵 매출의 62%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버 조쉬가 불닭볶음면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도전(Fire Noodle Challenge)'이 유행처럼 번진 덕이다.
전 대표는 불닭볶음면을 아예 지적재산권(IP)로 확대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한 매출 확장을 노리고 있다. 삼양애니 설립 후 유일 사내이사로 올라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캐릭터 상품의 제조 및 판매업', '커머스 연계형 광고매체 판매' 등을 각각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 대표는 SNS용 콘텐츠를 만들어 젊은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향후에는 캐릭터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라면서 "삼양라면을 평범한 주인공 '산양'으로, 불닭볶음면을 신흥 세력 '암탉'으로 의인화 광고 제작에 관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최근 이사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IP사업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브랜드 컨설팅 기업 메타브랜드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김명진 삼양식품 마케팅본부장(상무)을 사내로 올렸다. 운영총괄(COO)은 블랭크코퍼레이션 출신 강인구 이사가 맡았다.
삼양애니는 당장 '캐치!티니핑 시리즈' 제작사인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와 함께 키즈 상품 및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AMG와 업무협약을 맺고, 키즈 전용 상품개발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을 예정했다.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샌드박스와 IP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삼양식품 브랜드와 콘텐츠 IP를 이용해 대체불가토큰(NFT)을 제작하고 테마랜드를 조성해 샌드박스 플랫폼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IP 사업만으론 전 대표의 경영 능력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커머스가 삼양식품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순 있겠지만, 삼양식품의 위기는 불닭볶음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의 성공으로 3258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6420억원으로 늘었지만, 되레 불닭볶음면 하나에 더 종속됐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이 선보이는 신제품마저 치즈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으로 한정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 대표는 2019년 6월 해외전략부문 담당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임원 승진했다"면서 "해외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승진 동력이 됐지만, 사실 여기에서 전 대표가 한 일은 거의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다.
이에 삼양애니는 IP를 통한 상품개발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강인구 삼양애니 COO는 "캐치!티니핑의 IP를 활용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물론, 불닭볶음면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푸드 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양식품 그룹은 전 대표 중심의 지배구조 체계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내츄럴스를 지주회사로 올리기로 정하고, 농산물 공급·후레이크 제조사업을 삼양식품에 양도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전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아이스엑스를 합병했다.
앞서 아이스엑스는 삼양내츄럴스 27%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 있었다. 덕분에 전 대표가 아이스엑스를 통해 삼양내츄럴스, 다시 삼양식품을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갖췄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삼양애니는 삼양내츄럴스의 100% 자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