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경영권을 두고 재점화한 ‘남매 갈등’이 막내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아워홈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30일 열린 아워홈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산되면서다.

◇ 구본성 측 이사 선임 안건 부결

아워홈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총 결과 구 전 부회장이 올린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 처리됐다고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말 본인을 포함한 48명 이사 신규 선임을 안건으로 임시 주총 개회를 요청한 지 2개월 만이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왼쪽),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조선일보DB

이번 임시 주총은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남매 갈등의 핵심으로 꼽혔다. 본인에게 우호적인 이사진을 새로 선임해 지난 2월 밝힌 지분 전량(38.56%)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이 경우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등 현 이사진을 해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정관에서 이사진의 3분의 2 동의 시 지분 매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동일 요건 충족 시 이사 해임도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실제 전체 69명 이사진을 꾸리고 48명 동의를 통해 기존 이사 21명의 해임 추진을 예정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에게 현 이사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면서 “지난해 6월 보복 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는데,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킨 게 현 이사진”이라고 말했다.

◇ 주총 지분 대결서 구지은 부회장 승리

임시 주총에서의 지분 싸움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패배를,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사 신규 선임을 위해선 이사의 동의가 아닌 주총 지분 대결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이사 신규 선임 시 주총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이 동의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임시 주총에서 신규 이사 선임 찬성률은 과반을 넘지 못했다.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대리 참석한 구 전 부회장만 이사 선임에 찬성했고, 직접 참석한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씨가 반대했다. 장녀 구미현씨는 이날 임시주총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구 전 부회장은 임시 주총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점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지분은 구 전 부회장 등 4남매가 전체 지분의 99%가량을 갖고 있는데 지분 20.06%(자녀 지분 포함)를 보유한 장녀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잡고 나선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은현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구미현 주주 동참해 지분 58.62%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미현씨가 임시 주총에 참석해 구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을 경우 이사 선임은 물론, 이사진 재구성을 통한 현 이사진 축출도 가능했던 셈이다.

◇ 장남-막내 남매간 분쟁 사실상 종료

재계에선 이번 임시 주총 결과로 인해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의 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미현씨가 임시 주총 불참을 결정한 게 구 전 부회장과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판단에서다. 구 전 부회장 지분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구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의 편에서의 의결권 행사 제한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현씨는 지난해 4월 구지은 아워홈 회장과 구명진씨 등과 함께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워홈 정관상 장녀인 구미현씨 없이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구자학 회장이 아워홈을 창립한 이유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정관 등을 통해 누구 혼자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만들어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