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와인은 그 역사가 짧다. 1970년 본격적인 와인 생산이 시작됐으니 이제 약 50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현재 200여년 와인 생산 역사를 지닌 칠레나 아르헨티나는 물론 기원전부터 포도주를 생산했다는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와도 어깨를 견주는 산지가 됐다.
'소비뇽 블랑'(포도 품종)이 뉴질랜드를 일약 주요 와인 생산국 반열에 올렸다. 특히 뉴질랜드 남섬의 말보로 지역 와이너리인 오이스터 베이가 만든 1990년 빈티지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이 세계 3대 와인 품평회(IWSC)에서 출품 첫해(1991년) 최고 와인에 꼽히면서 시선이 변했다.
당시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은 '잘 익은 열대과일의 풍미와 허브류 풀향, 강한 산도까지 고루 지닌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까지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산을 최고로 쳤다. 프랑스산 소비뇽 블랑을 뛰어넘은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을 소개한다.
과일향에 풀향, 산도까지 갖춘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 맛은 8할은 말보로 지역의 독특한 기후에서 나온다.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으로 나뉜 길고 좁다란 지형을 가지고 있다. 남반구의 나라인 만큼 남쪽으로 갈수록 추운데 말보로는 남섬의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말보로 지역에서는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멀리 만년설이 보여 해가 지면 곧장 기온이 내려가지만, 해가 뜨면 살갗이 탈 듯 따가워진다. 일조량은 연 2430시간이다. 서울의 일조량 1년에 2000시간가량이니, 그보다 20%가량 많은 셈이다.
오이스터 베이는 이 지역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만을 매년 5월 수확해 숙성한다. 일조량은 일반적으로 포도의 당도를 올리고 숙성 시 과일향을 풍부하게 만든다. 여기에 낮과 밤의 기온 차이로 단단해진 과육은 산도를 높이고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의 농축된 맛을 만든다.
오이스터 베이는 여기에 껍질과 씨가 깨지지 않도록 포도 과육만을 압착해 짜낸 후 다시 한번 불순물을 거르는 정제 과정을 거쳐 발효한다. 효모로 과즙의 당분만을 알코올로 만든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이 가진 신선한 산도와 가볍고 청량한 질감이 여기서 비롯했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의 청량함과 산도는 비교적 맵고 짠 음식이 많은 우리나라 밥상 음식은 물론 치킨, 족발 등 배달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김치를 기본으로 한 요리,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 파전 등의 부침개, 매운 낙지 등의 요리에도 고루 어울린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은 1991년 첫 출시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품질이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말보로 지역에 심어지기 시작한 포도나무의 수령이 쌓이고 있어서다. 특히 2021년산은 좋은 포도를 내는 30~40년 나무 수령과 맞물려 최고 품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