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최대 매출을 낸 한국맥도날드가 자본잠식 목전에 섰다. 적자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까지 국내로 속속 상륙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278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전년 대비 9.7% 늘어난 8679억원으로 국내 진출 이래 최대 매출을 내며 새 역사를 썼지만,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픽=손민균

유한회사인 한국맥도날드는 신(新)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실적을 공개한 2019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순손실은 349억원으로, 지난 3년간 1821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인 주주와 미국 맥도날드(McDonald Corporation)간 합작투자 계약에 따라 설립됐다. 서울 압구정동 1호점을 시작으로 '24시 매장' 등을 열며 한때 전국 450개 매장을 거느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403곳(가맹점 95곳 포함) 수준으로 줄었다.

2010년대 국내에 프랜차이즈 붐이 일면서 경쟁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원가 절감을 위해 추진한 저가형 햄버거빵 교체가 품질 저하 논란을 빚으며 소비자의 외면을 샀다. 또 2016년 불거진 햄버거병 논란, 작년 식재료 재활용 논란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다.

시장에선 한국맥도날드가 올해 자본총계가 자본금(출자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2020년 2555억원이었던 결손금이 지난해 말 2905억원으로 커졌고, 자본총계는 1124억원에서 783억원으로 줄었다. 자본금(699억원)과 차이는 84억원에 그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의 적자 구조는 이미 오래전에 고착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산 식재료 사용 확대와 단종했던 메뉴의 재출시 등으로 이미지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 84억원 이상 순손실을 내면 자본잠식이 된다"고 말했다.

자본잠식은 이미 차입금으로 굴러가는 한국맥도날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본잠식 시 약정에 따라 이자율이 상향 조정되거나 조기 상환 압박이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은행에서 빌려온 단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061억원이다.

맥도날드 매장. /조선DB

이런 가운데 비용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배달 시장 성장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배달 수수료 등 외주 용역비가 2020년 736억원에서 2021년 940억원으로 증가했다. 미국 맥도날드에 지불하는 로열티 비용도 같은 기간 501억원에서 543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햄버거 시장 경쟁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맘스터치·노브랜드버거 등 '가성비'를 앞세운 햄버거 브랜드들이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국내 햄버거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맥도날드를 위협하고 있다.

bhc그룹은 미국 서부 유명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오는 6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첫 매장을 출점한다. 한화솔루션(009830) 갤러리아부문은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의 매장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미국 맥도날드가 결국 자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자본잠식 등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할 경우 차입금 상환 부담은 미국 맥도날드가 지게 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맥도날드는 486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미국 맥도날드는 이미 단기차입금 과 관련해 각 금융기관에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지급보증서(Comfort Letter)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최근 매출이 늘고 적자는 주는 흐름이 계속되는 만큼 재무구조도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